[AI 우려 확산] APEC 정상들도 공동 대처 방안 논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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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복용 환자 이상행동 뒤 사망
일본서 2명 … '타미플루' 부작용 비상

유일한 AI 치료제인 타미플루(스위스 로슈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후(岐阜)현의 남자 고교생(당시 17세)이 타미플루 캡슐 1개를 복용한 지 3시간 후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타미플루 수입 판매사인 일본 주가이(中外)제약은 지난해 7월 "약과 (이상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사례"라고 후생노동성에 보고했다. 올 2월에는 아이치(愛知)현의 남자 중학생(당시 14세)이 타미플루 캡슐 1개를 복용한 지 2시간 후 아파트 9층의 자기 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두 사람은 평소 정신이상 증세가 없었다.

올 2월 세 살짜리 남자 아이도 타미플루 복용 3시간30분 만에 심폐 정지로 숨졌다. 이 밖에도 10대 여자가 타미플루 복용 이틀 후 창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을 어머니가 막은 사례 등 후생노동성에는 2000년부터 5년간 일어난 환각.이상행동 64건이 보고됐다. 신문은 "타미플루의 첨부 설명서에 '이상행동(자신의 의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나 환각 등이 일어날 경우가 있다'고 적혀 있으나 사망으로 이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후생성도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행동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열린 일본 소아감염증학회에선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의심되는 만큼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가 이상행동이나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만큼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대해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바이러스 변이로 공격력 더 세졌다
중국 후베이성에서도 발생 … 11곳으로

베트남 호찌민시의 파스퇴르연구소가 H5N1형 AI가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 더 위험한 형태로 발전했음을 밝혀냈다고 베트남 일간 탕니엔이 12일 보도했다. 연구소는 표면 항원인 HA와 NA의 유전자 등 24개 바이러스 샘플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변화를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소는 "이는 AI 바이러스가 포유동물의 세포에서 효과적으로 재생될 수 있음은 물론 공격능력도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I는 특히 중국에서 강한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 농업부는 11일 후베이(湖北)성에서 AI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 내 AI 발생지역은 중부 칭하이(靑海), 서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자치구,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동부 안후이(安徽), 중남부 후난(湖南), 동북부 랴오닝(遼寧), 중앙 후베이 등 모두 8개 성 11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국가가금류 AI 실험실이 후베이성 징산(京山)현의 양계 농가에서 2일 폐사한 닭을 정밀검사한 결과 H5N1 변종 AI로 확인됐다. 이번 AI 발생으로 성내 2개 도시에서 2500마리의 가금류가 폐사했으며, 위생당국은 반경 3㎞ 이내의 가금류 3만1313마리를 살처분했다.

중국 위생부는 12일 "AI 등 주요 전염병이 발생하면 도시는 2시간 내, 농촌 지역은 6시간 안에 인터넷을 통해 보고하라"고 관련 기관에 긴급 지시했다. AI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현재 성 위생부의 지휘 아래 살처분.격리.방역.감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징산현은 현내 AI 발생지역인 치바오산(七寶山)촌 등 두 지역으로 통하는 공로 상에 경계 표지를 설치한 뒤 현 간부들을 동원해 도로변에서 검사를 실시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태국선 유아 감염 사람끼리도 전염?
"AI 걸린 닭의 배설물 만졌을 수도"

태국의 영자신문 방콕 포스트는 13일 "18개월 된 남아가 AI 감염 조류를 만진 적이 없는데도 AI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건 당국이 밝혔다"고 전하고 "이는 AI 바이러스가 사람끼리도 전염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쿰누언 웅추삭 태국 보건부 역학국장은 "아이가 닭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지만 닭의 배설물을 우연히 만진 뒤 AI에 감염된 것 같다"며 "따라서 이번 사례를 사람 간 전염 사례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례는 오염된 환경에선 누구나 AI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쿰누언 국장은 "자주 손을 씻고 조류와의 접촉을 피하는 등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AI 예방법"이라며 "특히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콘 림랭통 태국 축산청장은 "감염된 아이의 방콕 집을 조사한 결과 기르던 닭 3마리가 지난달 폐사했지만 가족들이 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이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격리.방역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이번에 감염된 남아는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첫 AI 환자가 발생한 이후 21번째, 올 들어 네 번째 진성환자로 기록됐다. 태국의 AI 환자 가운데 13명이 사망했다. 이 남아가 입원 치료중인 방콕 시리랏 병원의 의료진은 "아이의 폐렴 증세를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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