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분양가 거품 ‘상한제’로 잡겠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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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제)가 처음 적용된 동탄신도시에서 분양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자 정부가 속을 끓이고 있다.

분양가 상승이 건설업체의 폭리 때문이라는 정부의 원가연동제 시행 논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인하 효과가 다소 있는 것으로 분석되긴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외의 파장도 예상된다. 건설업계와 시민단체 등은 규제완화와 땅값 낮추기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땅값이 분양가 좌우=풍성주택이 14일부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값은 평당 754만원으로 정해졌다. 앞서 분양승인을 받은 우미건설과 제일건설 컨소시엄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평당 분양가 734만원보다도 20만원 높은 것이다. 이는 제도 시행 전인 올 8월 같은 지역에서 분양된 포스코건설 33평형의 평당 분양가 786만원과 비교하면 4% 정도 싸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토지의 경사도가 심해 지하층을 많이 파다 보니 지하층 건축비 가산비용이 많이 들어가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어쨌든 원가연동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10~20% 떨어질 것이라던 정부의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건축비는 떨어졌지만 땅값은 오히려 평당 80만~90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적률이 낮아 평당 40만원이 더 들어갔다. 이번에 분양되는 동탄신도시는 분양가에서 땅값 비중이 34~38%에 달했다. 정부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분양가가 평당 820만원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분양가 거품이 많았던 서울 근교 지역에서 원가연동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달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내년 3월 분양 예정인 판교 신도시에서 원가연동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땅 싸게 확보하는 방안 추진=땅값을 떨어뜨리려면 우선 택지 조성 원가를 낮춰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택지 조성 원가를 공개해 부풀려진 택지 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신분당선, 양재~영덕 간 고속도로 등 민자유치사업에 뚜렷한 법률적 근거 없이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고 이를 모두 판교신도시 택지조성원가에 포함해 땅값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간택지 아파트의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고분양가를 방지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시행하고 선분양할 때는 분양원가를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원가를 공개하더라도 택지 가격을 낮추는 데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의 땅값이 각종 개발 재료에 힘입어 오르고 있는 탓이다. 건교부는 고밀도 개발을 가로막는 환경단체 등에도 분양가 급등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체는 용적률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분양가에 포함된 땅값 비중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공공부문이 땅을 사두는 토지 비축 제도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박헌주 주공 주택도시연구원장은 "도심의 노후.불량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다가 나중에 재개발하는 것이 택지를 저렴하게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공유지에 주택을 지어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 임대부 건물 분양'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분양가 추가 인하 방안 ▶임대주택과 공공부문 비축 토지.주택 확대 ▶전월세 시장 안정 ▶건설 및 부동산 분양의 비합리적 제도와 관행 개선 등의 일정을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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