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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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마이크로소프트·IBM·GE·인텔

미국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가 8월 인터브랜드 평가자료를 인용해 소개한 '2005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톱 5를 차지한 기업들이다. 코카콜라는 2001년부터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눈여겨볼 대목은 2001년 이후 글로벌 100대 브랜드의 톱 10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순위에 거의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백인기 한국생산성본부 선임 컨설턴트는 "브랜드 경쟁력을 쉽게 키울 수도 없지만, 한번 브랜드를 강력하게 구축하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13일 발표한 2005년 하반기 서비스 부문의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서비스 부문의 19개 업종 76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1등 브랜드의 힘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졌다. 19개 업종 가운데 인터넷 쇼핑몰.TV홈쇼핑.국제전화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작년 1위 업체가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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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NBCI 조사 결과 전체 평균이 지난해 66점에서 올해 67점으로 1점 올랐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유통 관련 서비스의 브랜드 경쟁력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NBCI 평균치는 백화점.대형할인점.게임포털서비스.주유소 등의 브랜드 경쟁력이 높게 나타났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국제전화서비스, 종신 보험 등의 브랜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위 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롯데백화점▶SK주유소▶SK텔레콤▶에버랜드▶CGV의 NBCI가 모두 74점으로 가장 높았다. 브랜드 경쟁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다. 1위 브랜드 가운데 종합병원의 삼성서울병원(67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LG경제연구원이 8월 내놓은 '글로벌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보고서를 보면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관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노키아의 브랜드 슬로건은 '커넥팅 피플(Connecting People)'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뜻이다. 노키아 본사 건물은 2만6000여 장의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노키아와 고객을 가로막는 장벽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뜻이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노키아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인간이라며 고객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심플한 디자인이 노키아 휴대폰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니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할리 데이비슨 소유자들의 모임인 'HOG(Harley Owner Group)'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이벤트를 열면 수백 명의 할리 데이비슨 마니아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청바지와 가죽 덧바지, 검은 가죽 벨트 등 할리 데이비슨 마니아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브랜드 가치를 공유한다.

브랜드 경쟁력이 커지면 반대 세력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안티' 세력으로부터 브랜드를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다. 나이키의 경우 저임금 공장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노동협회(FLA: Fair Labor Association)에 가입했다. FLA가 제시하는 노동 조건을 충족시키는 한편, 노동자들 의류에 FLA 라벨을 붙여 나이키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 그 효과를 다른 제품으로 이어나가는 전략이 브랜드 경쟁력에 효과적이다. LG전자 휴대전화의 북미 시장 개척 사례가 좋은 예다. LG전자는 'VX6000' 모델의 성공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첨단' 혹은 '혁신적인' 휴대전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TV쪽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박천규 연구원은 "이제 한국 기업 경영자들도 브랜드가 기업 성과의 결과 변수인 동시에 원인변수라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랜드는 저절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며 "브랜드를 기업 활동의 중심으로 삼고,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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