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달동네 보러가자 … 순천에 뜬 36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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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남 순천시 드라마 촬영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1960~80년대 서울 달동네와 가게들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는 세트장 건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순천시]

1970년대 서울 강남 일대의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이권 다툼을 다룬 영화 ‘강남 1970’. 서울의 옛 모습을 재현한 집과 거리 풍경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개봉 35일 만에 관람객 218만 명을 동원했다. 스크린 곳곳에 서울의 옛 풍경을 간직한 이 영화는 실상 전남 순천의 세트장에서 촬영된 것이다. 2006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그동안 영화 13편과 드라마 15편 등 총 30편의 촬영이 이뤄졌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이 관광명소로 다시 뜨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허삼관’과 ‘강남 1970’을 찍은 곳이라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순천시는 2006년 방송된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촬영을 앞두고 조례동에 4만㎡ 크기의 드라마 촬영장을 지었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찍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1950~80년대 서울의 달동네와 변두리, 순천 읍내의 모습 등이 재현돼 있다.

 첫 해인 2006년만 하더라도 촬영장 건립이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하루 평균 900명 넘게 찾아와 연간 33만5000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후속 작품들의 촬영이 뜸해지면서 세트장의 인기도 자연 시들해졌다. 관람객 수가 개장 이듬해인 2007년 8만2000명으로 줄더니 2010년에는 7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첫 해의 4분의 1에도 못미쳤다. 2010년에는 ‘자이언트’와 ‘제빵왕 김탁구’ 등이 촬영되면서 이듬해 관람객이 12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추락하던 세트장의 명성이 되살아난 것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부터다. 박람회 개막을 전후로 순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한 덕에 한 해 동안 32만9000여 명이 찾았다. ‘허삼관’과 ‘강남 1970’ 등이 촬영된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36만 명이 방문했다. 한 해 관람료 수입도 5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도 세트장의 부활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이민호와 하지원 등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허삼관’이 중국 작가가 쓴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도 한류 열풍을 부추겼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세트장을 찾은 내·외국인은 7만297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 명 이상 늘었다.

 영화 촬영으로 비롯된 인기는 순천시의 관광 정책을 바꿔놨다. 드라마 촬영장 포기를 검토하는 쪽에서 과감한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16억원을 들여 낡고 오래된 세트장 전체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그동안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의 소품이나 포스터를 전시하는 전시실도 만들고 있다.

 촬영장 이용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이나 KBS TV소설 ‘옥이’, 영화 ‘해어화’ 제작진 등이 촬영을 문의해왔다. 해당 작품들의 촬영이 성사되고 체험 프로그램의 효과가 맞물리면 올해 관람객이 4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순천시는 보고 있다. 정선순 순천시 관광진흥과장은 “50대 이상 관람객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젊은 관람객들에게는 추억에 남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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