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투자의 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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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술혁신과 응용의 확대라는 시대의 요청에 대해 사회각계의 관심과 호응이 높아가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최근의 고무적인 변화는 이 같은 사회적 컨센서스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열린 제3회 기술진흥확대회의도 여느 때와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협의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우기 우리가 주목하는 바는 지금까지의 논의가 대부분 소관 부처의 주요관심사로 다루어져온 기술개발정책이 그 동안 수많은 연관부서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를 거쳐 범정부적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합의가 기술개발이라는 엄청난 주제가 안고있는 수많은 정책과제에 비하면 하나의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 이번 회의에서 내세운 몇 가지 합의들이 그 자체 많은 제약과 한계를 안고있거나 실천과정의 난관이 예상되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 각부서가 이 문제에 관한 적극적, 전진적 자세를 보였다는 점만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협동적 자세는 비단 정부안의 협동에 그쳐서는 안되며 산업과 개별기업, 학교와 연구소를 통틀어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으로 조직 운영해야만 그 성과가 집약화 될 수 있음은 기술개발이 안고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점에서 보면 이번 회의는 하나의 진전이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조직하고 운영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참여자들의 역할과 기능의 분담이 적절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실천하기 위한 인적·물적자원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은 주로 정부의 소관 사항이 된다.
정부부문의 기술개발투자비중을 계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세제나 금융에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이 주요 과제이나 이는 대부분 재정의 부담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간 협동의 중요성이 강요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신기술투자에 대한자금과 조세 특혜가 구체화되었지만 이 문제는 그 동안 여러 갈래로 논의가 있었고 현행제도상으로 이미 실현중인 것들도 있어 구체적인 실천방안의 마련에 큰 무리가 없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자금의 지원이나 이는 전체적인 가용재원의 한계로 보아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신기술투자의 활성화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강구하는 것은 이 같은 한계의 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여유 있는 자본과 금융시장이 존재함으로써 모험투자의 공금능력이 충분하다. 우리의 경우 매우 제약되고 규모조차 빈약한 자금시장이어서 공급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제도금융의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와 조직화되지 않은 광범한 사적자본, 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현재 추진중인 산업지원시책의 전반적 개편과 지원대상의 축소 ,균등화로 상당한 여유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금융제도의 재편이 불가피한 것도 이런 연관에서 이해돼야한다. 후자의 경우 사금융 시장이나 덜 조직된 사회적 여유자금을 적절한 유인으로 기술투자에 활용하는 방안이 찾아질 수 있다.
재정의 기능으로 보아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기술개발상품의 정부구매제도는 바람직한 투자 촉진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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