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과 임금|-미국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하고 있는 세계경기는 주로 미국의 경기회복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경제동향은 앞으로 세계경기의 회복기간 등과 관련하여 모든 나라의 주요 경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성장력회복 내용은 어떤 것이며 어떠한 패턴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운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의 GNP성장률은 작년의 마이너스 1·7%에서 올해는 3%이상의 실질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며 내년에는 4·5%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경기를 나타내는 개인소비, 재고투자, 설비투자 등의 지표는 모두 활발한 상태를 보여 주고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미국주식시장은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장기적인 황금시대와 똑같은 제3차 황금기에 접어들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금융자산이 증가하여 소비와 투자가 활기를 띠게된다.
이러한 금년의 미국경기회복은 과거에 보기 어려웠던 특징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즉 「레이건」정부가 내걸었던 「인플레이션 없는 확대」가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경제는 3·4분기 중 연7·9%의 실질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계속 안정되어 10월 중 물가 상승률은 1·1%에 그치고 있으며 내년에는 5내지 5·5% 상승에서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회복과정에서 일어나기 쉬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방은이 통화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격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힘입고도 있다.
그밖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적으로 거세게 밀어닥치고 있는 임금인상압력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회복은 당연히 실업률의 하락을 가져와 미국 실업률은 작년 말의 10·8%에서 금년 6월에는 10%, 9월에는 9·1%로 떨어졌고 10월에는 8·7%로 더욱 내려가고 있다.
실업률이 한자리 숫자로 하락한다는 것은 고용기획의 증가를 뜻할 것이며 그것은 임금인상으로 연결될 것임에도 임금상승률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상승률에서 노력생산성을 뺀 노동코스트는 3%로 이 역시 두 자리 숫자가 시정되고 있다.
임금상승의 둔화가 명확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폭적인 임금상승이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노사가 깨닫고 있다는 증거다.
인플레이션이 격심했던 81년이후 미국의 자동차를 비롯한 각 산별노조는 임금인상 자제를 결정했고, 지금도 그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고있다.
임금상승의 둔화요인은 몇가지를 꼽을 수 있다.
81∼82년에 노사가 합의했던 임금자제협상이 아직도 유효하고 달러강세로 미국기업의 경 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 있다.
또 수송부문은 연방정부의 규제완화로 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기도 하며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나 10월 중 실업자는 9백90만 명으로 노동력이 아직도 남아돈다는 측면도 있다.
아뭏든 미국의 임금동향은 곧 강력한 경제체질에의 복귀를 의미한다. 미국의 주요산업이 경쟁력을 되찾을 경우, 무역적자는 감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고금리도 점차 시정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P·새뮤얼슨」교수(MIT)도 『미국의 경기회복의 정상적인 회복』이라고 단정하고 아직도 초기단계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경기회복은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지 않고 있다. 태평양연안 각 국에 영구히 잃어버릴지도 모를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 실질임금의 상승은 계속 억제되고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도 인플레이션억제, 국제경쟁력강화를 목표로 품질관리·기술혁신 등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대폭적인 임금상승의 자제가 국민적 합의를 얻고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없는 확대」는 이미 우리경제가 실현하고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노사간의 협조를 통해 무리한 임금상승은 적극적으로 기피하고 물가안정에서 오는 실질임금의 보장에 더 한층 노력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