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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도 「자기의 일」갖도록|생명의 전화 공개토론 「할머니·할아버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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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노인들은 『노인이 죽어지내야 가정이 편안해진다』고 한탄하고 있다.
종래의 며느리 시집살이가 시어머니시집살이 시대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고민하는 노인들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전화에서는 18일 하오 『함께 생각합시다』라는 시민공개토론회를 마련하고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주제로 오늘날 노인들이 처한 갖가지 고민과 그 대책에대해 광범위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숙자씨(한국가정법률상담소연구실장)는 『웃어른을 중심으로 자녀들이 복종하면 피라미드형 가족관계가 현대에 들어서는 모든 가족들이 의견을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는 원형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바로 이러한 가족관계의 변화가 노인들에게 갖가지 불만과 갈등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즉 복종만을 내세우던 피라미드형시대에 살았던 노인들은 『왜 내의견대로 하지않느냐』 고 자녀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게되고 자녀들은 노인들의 의견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거부하게 마련.
이에대해 김씨는 『노인들이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세태에 맞추어 살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함은 물론 가족구성원으로서 원만하게 살수있도록 노인들이 가정안에서 새로운삶의 창조가 필요하다고 김씨는 덧붙인다.
그 좋은 예로 노인들이들이 며느리의 봉양을 받기위해 위엄을 부리기 보다는 솔선수범하여 가사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아이들에게도 제기차기·고추장담그기·널뛰기등의 전통민속놀이나 전통풍습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라는 것.
그밖에 노인들이 자원봉사자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갖는것도 노년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고 김씨는 지적한다.
시간과 물질·건강이 허락하는한 남을 위해 벌이는 봉사활동은 『그동안 헛살았다』는 노년의 허탈감을 어느정도 극복해줄 수 있다는 것.
한편 노년의 입장에서 토론에 나선 최옥여할머니(67·전장충여중교장)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학비·결혼·살림살이까지 책임질정도로 희생하고 있다는점이 서양과는 다르다.』고 전제하고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편안히 있으라』는 식의 물질적인 혜택만이 효도냐고 반문한다.
최씨는 또 노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것은 간단한 일거리를 주는 것이라 강조하고 노인들이 마음편하게 대화하고 이해하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있지 않다고 안타까와 한다.
70세의 노무를 모시고있다는 김광웅씨 또한 『요즘 효도는 노인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를 주는것』이라 밝히고 자녀들과의 애정어린 대화만이 노년생활의 고독과 소외감을 어느정도 극복해줄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65세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TV채널 하나에도 자녀들과 의견이 맞지않아 가정불화가 싹튼다면서 만나는 노인들 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면 『죽어 살지』 라고 대답하고있어 노인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 노인들은 특히 자녀들이 부모부양문제를 꺼리고있고 사회에서는 노인들을 향한 시선이 지극히 편견적으로 형성되어 노년생활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고 밝히고 노인복지가 하후빨리 정착되길 기대하고있다.
그결과 김숙자씨는 『유료양로원이나 노인복지시설의 활성화 못지않게 지금은 가정안에서 노인들의 위치를 재적립할 때』라고 보고 노인스스로가 적합한 일거리를 찾아 몰두할때 그 기틀이 마련되어질 것 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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