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전기차의 2~3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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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호 04면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의 구동시험 장면. 충분한 힘으로 눈길, 산길, 비포장도로에서도 거뜬히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혁신의 상징이다.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완전한 신개념의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다. 수소차는 같은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 전기 플러그에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해 달리는 전기차는 현재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대략 200km밖에 안 된다. 하지만 수소차는 수소탱크를 가득 채우면400~600km를 달릴 수 있다. 전기차는 아직 속도가 느린 편이라 고속도로를 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수소차는 시속 140km 이상으로 씽씽 달릴 수 있어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
 수소차를 둘러싸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그 신호탄은 현대자동차가 가장 먼저 쏘아올렸다. 현대차는 2013년 4월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투싼ix 수소차’를 출시했다. 수소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업체가 바로 현대자동차다. 수소차 개발에는 글로벌 규모에서 새롭게 열리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정몽구(77) 현대자동차 회장의 꿈이 담겨 있다. 사실 친환경 고효율 디젤엔진 자동차는 유럽이 앞섰다. 전기차는 미국과 일본이 앞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현대차가 선수를 쳤다.
 사실 수소차는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차종이다. 배기가스도, 오염물질도, 악취도 배출하지 않는 완전한 청정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기술력·영업력·인프라만 받쳐주면 이보다 유망한 친환경 자동차는 없다고 할 정도다. 석유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수소 에너지 시대를 열 강력한 주자다. 이를 통해 새롭게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닛케이 BP 클린테크 연구소가 전 세계 연료전지 시장이 2030년에는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다.
 정 회장은 지난달 27일 야심찬 ‘수소 프로젝트’의 첫발을 뗐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개발을 주도할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고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센터의 개소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산업을 키우면서 자동차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한편, 지역 서민 경제도 살린다는 정 회장의 전략에 맞춰 문을 열었다. 현대차가 광주에서 ‘수소경제’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광주시·민간투자자 등과 함께 1775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수소차 분야에서 현대차의 최대 경쟁 상대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다. 도요타는 수소차에 미래를 걸고 있다. 이미 2012년 12월 자사가 진행 중이던 모든 전기자동차의 개발을 중단하고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개발력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을 목표로 수소차를 개발 중이라고 했지만 속이 탔는지 출시를 앞당겼다. 지난해 12월 15일 자사 최초의 수소차 모델인 ‘미라이(未來)’를 우선 일본 시장에만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연 700대 정도를 생산하려 했는데 이를 늘리기로 했다. 2017년에는 3000대까지 생산대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라이는 일본 내에서 어느 정도 시판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상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 세계 친환경차의 허브 격이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물론 전기차까지 석유에 의존하지 않거나 의존도를 줄이는 대체연료 친환경 차는 연료 공급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일찍이 환경에 눈을 뜨고 주정부 차원의 지원이 앞선 캘리포니아주는 친환경차의 테스트 베드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5 북미 국제 오토쇼’는 수소차의 대결장이었다. 도요타는 미라이를 북미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일본의 혼다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컨셉트카인 ‘FCV 콘셉트’를 선보였다. 한 번 충전에 480km를 달릴 수 있어 아직은 경쟁사에 뒤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혼다는 이미 2009년 전 기차보다 수소차가 장기적으로 시장 보급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혼다는 2020년까지 수소차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GM은 쉐보레 시퀄, 다임러 B-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내놨다. 이처럼 수소차 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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