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아시아 순방 나서는 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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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일부터 8일간 이어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몽골 순방은 통상(通商)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그중 역시 중국이 주된 목표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부시의 순방 일정을 설명하면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 '압박'이라는 단어 이례적으로 써=해들리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세 가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무역 불균형 시정, 지적재산권 보호, 위안화 절상이다. 해들리는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나면 9월 뉴욕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이 한 약속을 실천하도록 '압박(press)'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의 약속에 대해 그는 대미 수입 증대 조치, 영화.소프트웨어 등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것은 환영하지만 아직도 매우 미약하다"며 이번에 위안화 추가 절상도 요구할 것임을 밝혔다.

◆ 미국의 아시아 리더십 강조=해들리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순방은 첫째,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보여주고 둘째, 미국이 아시아의 경제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총선 승리는 일본 경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위임장"이라며 "일본이 경제개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에 시장을 다시 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도 따를 것을 은근히 종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류 인플루엔자(AI) 공동 대처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에 대해 세계적 규모의 예방 시스템 구축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

◆ 대중 압박 배경=10일 발표된 미국의 9월 무역적자는 661억 달러로 지금껏 최고였던 2월의 604억 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반면 같은 날 발표된 중국의 10월 무역흑자는 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18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미 재계는 위안화가 40%나 낮게 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 의회 입장도 강하다.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 점검위원회'가 9일 공개한 보고서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인위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위안화 탓이며, 중국이 계속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를 부과하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당분간 추가 절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7월에 위안화 가치를 2.1% 올리고 통화바스켓 제도도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섬유협상을 타결지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현안에서 미국에 약간 양보하는 대신 부시 대통령에게서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라는 말을 듣길 원한다. 미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완화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워싱턴.베이징.도쿄=강찬호.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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