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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끊기고 대출 줄고 학점 깎이고 대학 구조개혁에 대학생들만 직격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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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만난 김연호(가명·19)군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북의 일반계고를 졸업한 그는 경기도 화성 소재 4년제 대학인 신경대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등록금이 문제였다. 그는 정부보증 학자금을 대출해주는 한국장학재단에 문의했다가 가슴이 내려앉았다. “등록금 450만원의 30%에 해당하는 135만원만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육부는 최근 2년 연속 신경대를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했다. 이 대학 신입생은 최대 480만원(가구소득 최하위인 1분위)까지 주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고, 정부보증 학자금도 최대 3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김군 가족의 월소득은 300만원 정도다. 재산환산 소득을 따지는 가구소득에선 8분위(상위 30%)에 턱걸이해 일반학자금도 3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는 “모자라는 300여만원은 이자가 비싸지만 저축은행에서 빌리기로 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교육부가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학령(學齡)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전국 330여 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운영이 부실한 곳을 매년 솎아내 재정지원을 끊은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대학정원을 16만 명 감축하기 위해 5년째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다. 대학 입학자원(고교 졸업 및 대학입학지원 가능자)이 2018년엔 54만9890명으로 입학정원(55만9036명·2013년 기준)을 밑돌고, 2023년엔 16만 명이나 부족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서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경영부실 대학을 지정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하위 15%의 대학은 대학특성화사업·선도대학육성사업 등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못 받는다. 부실대학에 국고를 지원해 연명하게 할 수 없다는 게 교육부 취지다. 2011~2014년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94곳,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은 46곳이다.
구조조정은 대학이나 재단보다는 학생들에게 먼저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올해의 경우 부실대학 7곳의 신입생 9000여 명은 전원 한국장학재단이 주는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군처럼 학자금 대출에도 제약이 많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재정지원을 끊는 것으로 대학재단과 운영진에 책임을 지웠다고 볼 수 없다”며 “대학생들이 학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학비 지원은 별도의 정책으로 이뤄져야지, 부실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개혁 강도가 더 세진다. 교육부의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계획에 따르면 새 평가방식은 5단계(A~E) 등급제로 바뀐다. 최상위를 제외한 4개 등급은 일정 비율의 정원감축이 의무화된다. 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강제 정원감축을 담은 법안은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 제도 역시 하위 2개 등급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제한 대상으로 규정했다.
대학들은 이에 맞춰 평가점수를 높이려 학사관리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 부담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덕성여대 인문계열 4학년 최윤희(가명·22)씨도 그중 하나다. 성적평가가 ‘전면 상대평가’로 변경돼 기업이 요구하는 학점기준을 채우지 못하게 됐다. 대학 측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A학점 비율을 줄이고 상대평가 과목을 늘리기로 한 탓이다. 또 대학 측은 졸업 유예 학생들에게 2013년까지는 등록금을 면제해줬지만 지난해부터는 일부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금 학점으론 취업이 불가능하고 한 학기 등록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꿔 인생 계획이 엉망이 됐다”고 했다.
윤지관(덕성여대 교수) 한국대학학회장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조개혁이 학생들에게 이중, 삼중의 불이익을 주는 게 과연 올바른 정책이냐”며 “교육부는 부실대학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학생들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기사 8p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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