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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에 발생한 탈영병 총기난동사건은 범인들의 자살로 참혹하게 막을 내렸으나 우리에게 깊이 생각해볼 몇가지 문제들을 일깨워 주었다.
이 사건으로 방범대원과 경찰관 및 시민등 5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등 적잖은 인명피해를 내게 된 것은 우리국민들의 평소 군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생각할때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군인이라고 우발적인 감정의 폭발이나 정서적인 동요가 전혀 없기를 기대할수는 없다.
그러나 군이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령을 수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특수 집단이란 점에서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정보다는 집단적인 규율과 통제가 더욱 우선한다는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이번 사건의 진상은 군수사기관에 의해 철저히 수사, 분석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군기의 확립과 총기관리에 철저를 기해주기 바란다.
다만 이번 일로 추호라도 우리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유대에 손상이간다면 이는 군이나 국민 모두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국내외로 겪고 있는 갖가지 사건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수 있는것은 오직 군의 철통같은 방위태세와 그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에 그들에게 사소한 실수가 있을지라도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 또한 다른 경우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사고 직후 윤성민국방장관이『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안도의 감을 갖게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군은 부대원 개개인의 신상의 문제 보다는 집단의 규율과 질서가 더욱 우선하는 특수조직이다. 그러나 그 조직을 이루는 대원들은 역시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휘관은 장병 개개인의 신상파악과 정서상태에 늘 유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실탄의 관리도 엄중을 기해 필요한 경계 근무나 훈련장이외에서는 손에 닿지 않도록 보관해야 할것이다.
이러한 총기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보아왔다.
총기사고를 내게된 동기가 무엇이든, 목적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그 결말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자폭을 했거나 사살되거나 혹은 생포되는등 그 종말은 실패와 비극으로 끝난다는것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나 그 결과는 뻔하다는것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번 탈영병 사건으로 당국은 지체없이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위험에 대처하도록 해야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갑작스러운 검문검색이 출근길의 시민들에게 불편은 물론 불안감에 떨게 했을뿐 수사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수백발의 실탄과 기관단총을 소지한 탈영병의 위험성을 즉시 알리고 시민들의 주의와 수사협조를 요청했더라면 이토록 큰 인명의 희생없이 해결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범인들이 여인숙을 점거하고 있음을 신고받았을 때 행인과 차량의 통행을 즉각 통제하고 주민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더라면「구경꾼」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위기상당에 처했을때 시민의 기지와 신고정신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는 바가 컸다.
이제 부상자의 쾌유와 사망자에 대한 보상이 원만히 이루어져 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한층 두터워지고 더욱 강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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