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은 사라지고 민둥산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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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가 발견된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야산에서 8일 한 인부가 기계톱으로 감염목 인근 소나무들을 벌채하고 있다.

100년생 노송도 벌목

8일 오전 10시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벌목 현장. 기계톱을 든 강릉산림조합 영림단원 13명이 아람드리 소나무들을 벤 뒤 30~100㎝ 길이로 절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 붉은 색 페인트가 칠해진 소나무 조각이 널려 있고, '재선충 감염목 이동 금지'라고 쓰인 경고판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16일 감염목 세 그루가 확인되면서 벌채가 시작된 뒤 이 일대 2㏊에 가득찼던 80~100여년생 소나무들은 자취를 감췄다. 벌거숭이 산만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18년째 벌목작업을 해 온 남종우(51)씨는 "100년 생 아람드리 소나무들이 속절없이 베어지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해시 무릉계곡 쉰음산 일대에서는 동부지방산림청과 동해시 직원 200여명이 4일 발견된 재선충병 감염목 주변을 돌며 정밀 예찰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강릉에 이어 동해에서 또 다시 재선충병에 감염목이 발견되면서 백두대간 소나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들 지역은 국내 소나무의 '보고(寶庫)'인 백두대간 마루금(정상)과 직선거리로 각각 1㎞, 8.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확산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올 겨울이 최대 고비=김용하(46) 동부지방산림청장은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는 내년 3~5월까지 완전 방제를 하지 못하면 백두대간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 겨울이 백두대간 소나무를 재선충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최대의 고비"라고 말했다. 솔수염하늘소는 7~8월까지 활동하다 8~9월쯤 산란한 뒤 일생을 마친다. 따라서 유충 상태로 이동 능력이 없는 겨울철이 방제 작업의 최적기다.

특히 영동지역은 매년 4, 5월이면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자주 불어 솔수염하늘소가 자연적으로 재선충병을 옮기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다.

강원대 산림자원보호학과 이찬용(61)교수도 "지금까지 강원도에서 발생한 재선충병은 다른 지역에서 감염된 조경수나 제재목 등이 반입된 게 원인인 것으로 보이나 내년 봄부터는 자연적인 감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산림청은 12월 중순까지 강릉 감염 지역에서 벌채한 나무를 대상으로 훈증 처리 등을 통해 방제 작업을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다. 또 14일부터는 동해지역 감염목 및 주변의 감염 의심목을 모두 벌채할 방침이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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