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철새 구경한다고 AI 감염 안 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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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제 4회 서산 천수만철새기행전이 열리고 있는 충남 서산의 간월도 행사장. 주차장에는 차량 20여대밖에 없었다. 지난해 주말 하루 300~400대가 몰려 혼잡을 이뤘던 곳이었다. 겨우 한 대 뿐인 탐조(探鳥) 투어버스에도 관광객 5명 만이 타고 있었다.

이진형(35.호남대 관광경영학과)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로 세계적 철새기행전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미 텍사스 A&M대학에서 '탐조관광'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껏 사람이 철새 구경하다가 AI에 감염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유명한 동물연구단체인 '내셔날 오버던 소사이어티'에 AI와 철새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서를 보냈다. "야생조류로부터 AI가 감염됐다는 증거는 없다. 또 탐조활동은 새와 멀리 떨어져 이뤄져 안전하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제적 조류동호인모임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날'이 4일 발표한 성명서도 소개했다. 'AI 인체 감염은 가금류를 키우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며 죽거나 아픈 새 접촉을 피하기만 하면 위험할 게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서산천수만기행전에는 15만여 명이 다녀갔고 탐조버스 및 입장료 수입이 2억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관광객이 구입한 어리굴젓.육쪽 마늘.간척지 쌀 등 지역특산품 수입을 감안할 경우 지역경제효과는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천수만은 여름.겨울 철새 300여 종 40여만 마리가 찾는 세계적 철새도래지로 전 세계 조류학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야생 보호종인 가창오리는 전 개체 수의 90%(약 20만 마리)가 이곳을 찾아 해질 무렵 환상적인 군무(群舞)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천수만철새축제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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