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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의 재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4일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일어난 고장사고는 단순한 전기사고가 아니라 설계 또는 시공상의 문제로 지반이 내려앉아 생긴 안전사고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커브길의 안쪽선로 지반이 심하되어 그만한 사고에 그칠수 있었으며 만일 바깥선로가 내려앉았다면 전동차가 궤도를 이탈했거나 고압전선이 끊어져 큰 인명피해까지 날뻔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없고 불안한 열이 아닐수 없다.
우리의 건설업은 그동안 중동등 해외무대에서 내로라는 세계적 회사들과 어깨를 겨루면서 경쟁을 할만큼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지하철공사는 공법이 매우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그쯤의 어려움은 거뜬히 극복하리라는게 우리의 건설업계에 대한 확신이었다. 이번 사고는 그런 확신에 회의를 안겨주었다.
7O년대의 高소도성장 시대에 와우아파트 도괴사건을 비롯해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부실공사의 예를 보아왔다.
그때만해도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가장 빠른 시일안에 고속도로를 비롯한 건조물들을 무슨 큰자랑인양 여겨졌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만큼 한번 사고가 났다하면 그 피해정도가 엄청날 것은 뻔하다. 다른 어떤 공사보다도 지하철의 설계나 시공은 조그마한 하자도 없는 완벽한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해 안전상 하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공사라면 짧은 시간에 적은 돈을 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다.
지하철은 세계의 대도시에서 시민의 발로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20년 전만해도 세계24개 도시만이 지하철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50여개 도시에서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으며, 도시가 광역화되고 승용차의 공급이 늘면 늘수록 지하철의 증가추세는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경우 부산에도 지하철이 생기고, 서울의 지하철은 현재 건설되었거나 건설중인 산선을 중심으로 보다 많은 지선의 건설이 요청되고 있다.
건설비가 가장 싸게 들고 건설기간은 반대로 가장 짧았다는 선진국 전문가들이 놀라는 기록 속에는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뉴욕의 지하철은 1900년에 착공되어 40년만에 완공된 것이다.
동경에서 최근 개통된 어느 지하철의 km당 건설비가 7백64억원인데 비해 서울의 2호선은 1백93억원이 들었다.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풀어 완벽한 지하철을 건설하자는 얘기는 한가롭게 들릴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제형편이나 올림픽때까지 공사를 마무리해야할 특수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적어도 지반의 침하와 같은 대형사고를 부를 정도의 졸속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2호선이 개통된지 40여일만에 세차례나 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가벼이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2호선은 물론 3, 4호선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시공상 하자는 없는지 시급히 검토해서 시민들이 안심하고 탈수 있는 지하철이 건설되기를 바란다. 지하철이야말로 백년대계의 역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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