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382)-성인병|혼수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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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질병의 정도를 나타낼 때 「혼수상태」라고 하면 아주 병이중해서 환자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인 표현으로 아주 즐겁거나 놀랐을 때나, 슬플 때 보통 기절할 것 같다는 표현을 쓴다. 하여튼 기절할것 같다, 즉 혼수상태다 하는 것은 「극적이다」라는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우리나라와 같이 연탄을 주로 쓰는 가정에서는 연탄중독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연탄중독으로 인해 환자가 혼수상태가 됐을 때는 원인을 알음으로써 쉽게 진단되어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이 기절할 경우는 재빨리 원인을 찾지 않으면 목숨을 건질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전 한밤중에 기절을 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황급한 전화를 받은적이 있다. 이처럼 기절은 이따금 가족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혼수상태는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 뇌 중추신경의 상해, 신진 대사성 질환 및 기타의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하다는 신호다. 인간의 의식은 두뇌가 작용하여 항상 유지시켜 주며, 어떠한 이유든지간에 두뇌의 작용이 잘 안되어 의식이 없을 때 소위 혼수상태, 또는 무의식 상태에 빠져든다.
의학적으로는 혼수상태를 그 병리·생리적 원인으로 구분하여 크게 셋으로 나눈다.
첫째는 독물, 또는 신진대사의 이상으로 뇌가 작용을 안하는 경우로, 연탄가스 중독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는 뇌에 암과같은 종양이 있는 경우이며, 세째는 뇌의 후두부에 병변, 즉 출혈 짓눌림등이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혼수상태를 일으키는 원인을 뇌자체의 원인과 반대로 전신적인 원인이 뇌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나누어 설명해본다
첫째, 뇌자체의 원인으로는 넘어졌다든지 물체가 머리에 맞았다든지 하여 머리를 다쳤을 때를 생각할 수 있다. 또 뇌일혈·뇌경색등 고혈압성 뇌장애나 뇌염·뇌암등이 포함될수 있다.
둘째, 전신적 질환이 뇌에 영향을 미쳐 생기는 예는 폐·심장의 이상이나 빈혈등으로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혈당이 높거나(당뇨병), 낮은병(저혈당증) 갑상선질환·간질환 등등의 신진대사장애와 기타 독물로 약·술·연탄가스를 생각할 수 있다 그밖에 너무 뜨거운 곳에 오래있어서 생기는 열중증, 또 너무 추운곳에 있을때 생기는 저체온증등이다. 술때문에 혼수가 일어나는 경우는 누구라도 쉽게 진찰할 수 있다.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이 벌겋고 눈이 시뻘개지며, 호흡과 맥박이 느리며 소위 신경반사가 소실된다.
어떤 경우든 혼수상태는 생명의 적신호인만큼 즉시 병원으로 옮겨 원인을 밝히고 곧바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데 이때 가족들이 설명하는 환자의 평소 생활태도·병력·습관등이 중요한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
요즘같은 환절기에는 특히 고혈압 환자가 보온을 잘해 고혈압성 뇌장애를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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