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주변 녹지의 보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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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수도권내와 주요도시 주변의 녹지지역 개발을 엄격히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말 할 필요 없이 도시주변의 녹지공간은 최대한 보존되어야 하고 개발의 이름으로 훼손될 수 없다. 이 명제는 언제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런 원칙이 너무나 자주, 여러 군데서 개발의 명분으로 퇴색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국토개발 내지는 지역개발계획이 거의 예외 없이 가시적 생산성의 기준에서 재단 되어온 결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도시는 도시대로 양적팽창만 거듭함으로써 유기적 생활공간 으로서의 기본요소를 갖추지 못한채 기형화 되었고, 도시주변공간은 언제나 잠재적 도시화의 가능성으로 인해 투기의 온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언제나 투기자들의 판단은 옳은 것 으로 입증되었다.
도시개발의 이 같은 패턴은 언제나 국토이용의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져 온 점에 비추어 이제는 그만 「합리화」 할 때도 된 것 같다. 도시개발, 지역개발의 무질서한 확산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주변과의 조화를 잃은 거대한 아파트군이나 불편한 사회간접자본시설, 걸맞지 않은 공간이나 유흥시설의 난립이 태반이었다.
그동안 주변 녹지공간과 산림은 훼손되고 침식당하거나 심지어는 절대농지까지도 갖가지 핑계로 용도전환 되기 일쑤였다. 이 모든 대가를 흔히 개발의 사회적 코스트로 간단히 치부해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식의 개발은 이미 한세대도 지나지 않은 지금부터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듯이 너무 비싼 코스트임을 알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조만간 푸른숲도 언덕도 없는 광대한 도시 사막속에 갇힐것 또한 자명하다. 이런 개발은 흡사 분수에 안맞게 외채를 지고 경제개발 하는 것과 다름없이 그 부담을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것과 같다.
그린벨트의 운용에서 보듯이 국토개발의 원칙이 확실하게 지켜진다해도 언체나 잠식당할 명분은 생겨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도시주변의 녹지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확고한 정책의지가 앞서야 한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은 급격히 비대화 하는 도시팽창 속도로 미루어 여간해서 지켜나가기 어려운 원칙이 아닌가 짐작된다. 때문에 정부의 구상이 단순한 즉흥적 발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장기 국토개발계획의 일반적 원칙으로 확립되기를 바란다.
알려진 바로는 내년부터 1차로 수도권 7개 도시와 대전등 8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가화조정구역」 을 설정, 일정 기간동안 개발과 훼손을 금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같은 조치가 적절한 법적·행정적 절차와 규정의 뒷받침이 있어야겠지만 가능하면 무절제한 도시확산이 우려되는 전국도시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은 이런 주변녹지의 개발제한이 현지주민들의 생활불편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주민생활에 필요한 시설이나 제한적 개발은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조치가 도시주변을 주 대상으로 한 토지투기의 근본적 억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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