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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딸기맛 피우는 "전담족" 30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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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빵 재료점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 딸기 맛이나 커피 맛 ‘플레이버(flavour·향료)’를 구입한다. 여기에 니코틴 원액과 글리세린·프로필렌글리콜 등을 섞는다. 배합한 액상은 병에 담아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 숙성시킨다. 전자담배에 푹 빠진 ‘전담족(族)’들이 ‘김장’이라 부르는 전자담배용 액상 제조 과정이다.

 담뱃값 인상에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담배 김장’까지 하는 매니어 전담족이 늘고 있다. 이런 전담족은 국내에만 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활동 중인 전자담배 관련 카페만 1400개가 넘는다. 전자담배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전담금’ 카페에만 11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전담금은 ‘전자담배로 금연하자’의 준말이다. ‘호담시(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카페 회원도 10만 명에 달한다.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매니어 전담족도 늘고 있다. 선호하는 담배 맛을 얻기 위해 수입 액상도 꼼꼼히 따져 구입한다. 버터 맛에 땅콩 맛, 석류 맛 등 국내에선 얻기 힘든 향료가 섞여 있는 3만~4만원대 액상이 특히 인기다. 화학약품을 사용해 일반 담배를 피울 때의 목 넘김을 똑같이 느끼게 해 주는 액상도 등장했다. 전담족 최모(33)씨는 “조금 비싸더라도 나만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입 액상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성능이 좋은 고가의 전자담배도 선호 대상이다.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직수입하거나 개인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대부분 20만원이 넘는다. 이모(48)씨는 “매니어 전담족들이 비싼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여성들이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심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담족 급증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당장 ‘클론’이라 불리는 짝퉁 제품들이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채 시중에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4일엔 경북 경산의 한 가정집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충전 중 폭발했다. 전단금 회원 김모(28)씨는 “독일산을 베낀 중국산 클론을 쓰다가 입에 녹물이 들어갈 뻔했다”고 했다. 불량 제품에서 액상이 누출될 경우 합선될 위험도 있다. 미성년자들이 인터넷에서 액상 제조법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1일 해외 인터넷사이트에서 구입한 니코틴으로 액상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김모(18)양 등 10대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전자담배 증기에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포함돼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담족들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있는 타르·니켈 등이 없고 포름알데히드도 훨씬 적다”며 “니코틴 함량도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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