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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완구 표결’ 법과 원칙에 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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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 오후 국회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다. ‘이완구 표결’은 인준 투표는 물론 국회 운영 전반에 법과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 한 임명동의 표결은 헌법의 규정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어기는 행보를 보였다. 이틀간의 청문회가 끝났는데도 표결 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후보 사퇴를 압박하면서 “여론조사로 정하자”고까지 했다. 이는 헌법에 대한 무시다.

 총리 인준의 법과 원칙이 뒤틀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문창극 후보자 사태 때 그의 강연 내용 논란을 들어 야당은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 후보자가 법에 따른 청문회를 강력히 요구했는데도 야당은 거부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였고 후보자는 사퇴하고 말았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의 집권 때와는 다른 것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 장상·장대환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문제 등 여러 하자가 드러났다. 하지만 투표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표결에선 여당에서도 반대 표가 나왔고 두 후보는 낙마했다.

 이완구 후보자도 하자가 많다. ‘언론 외압’이 불거졌고, 병역 의혹 등을 완벽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후보자가 총리가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지 결정의 수단이 아니다. 또한 총리 표결은 말 그대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이지, 양심적 도덕론자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이 후보자의 도덕적 결함이 총리직에 치명적인 것인지, 아니면 하자는 있지만 총리직 수행이 더 중요한 것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법에 규정된 임명동의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이 양심과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라는 취지다. 이게 원칙이다.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동도 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여야는 의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새누리당이 의원 총회에서 찬성을 독려한 것이나 야당이 집단 불참이나 퇴장을 검토하는 것은 모두 정도(正道)에 맞지 않다. 여야는 의원에게 맡기라. 새정치연합에서도 찬성 표가 나올 수 있는 것이며 새누리당 의원도 부(否)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장상·장대환 때 그렇지 않았나. 문창극 때 국회가 그렇게 하지 않아 이후에도 계속 법과 원칙이 흔들리는 것이다.

 충청도 일부 인사가 충청 출신 총리가 낙마하면 총선·대선 때 심판하겠다고 하는 것도 ‘자유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당이 법 정신을 지키지 않을 때 심판해야지 지역 감정과 연결된 이유로 그런 위세를 동원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