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분규 종권인계, 수습의 길로|황총무원장-비상종단 합의각서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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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조계종의 원로·중진스님들이 종단비상사태 수습의 돌파구가 될「한 생각」을 일으켰다. 이성철종정의 비상대권 수임자인 박기종 비상종단운영회의의장과 황진경총무원장은 17일 종권인수인계 합의각서를 작성, 교환함으로써 2개월 동안 혼미만을 거듭해온 사태수습의 문을 열었다.
각서의 핵심내용은 황원장이 1주일 안으로 박의장에게 종권을 인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이밖에『법정제소를 취하하고 일체의 정치적 보복을 배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조계사총무 원장실에서 있은 각서 작성·교환에는 오연원·서벽파 스님 등도 참석했다.
각서내용은 한마디로 종단현실 바탕의 한계 안에서 양측이「막후협상」을 통해 얻어낸 공약수라고를 수 있다.
어쨌든 이같은 협상은 법정시비로까지 번진 무주공산의 혼미 속에서 두개의 총무원이 양립한 종단사태의 악화를 치유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 이종경의 종단대표권자 등록으로 마련된 사태수습의 새로운 전기를 십분 활용했다는 의미도 된다.
일체의 정치보복을 배제한다는 것은 신전사승려살인 사건 이후의 비상사태 아래서 황원장 측으로부터 주지해임·섬탈도첩 (승걱제걱) 등의 징계를 받은 일부 청년승려의 업보적 반격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각서대로 수습이 진행될 경우 비상종단운영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원로·학인승려들은 배제되거나「참여폭 제한」이 뒤따를 전망이다.
양측의 협상은 각서교환 직후의 동국대이사선임에서 황원장을 유임시킴으로써「가랑잎과 바람」의 공존바당을 이룩했다.
그러나 조계종사태 수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아직도 넘어야할 고비와 뚫어야할 관문이 산처럼 쌓여 있다.
우선 지난주 법정다툼의 종권분규로 비화된채 종단을 두 동강낸 얽히고 설킨 상황등을 정비해야 한다. 오늘의 조계종단 상황은 비상종단운영회의를 부정하는 황원장측의 법정소송(4건)·조계사총무원(황원장측) 과 봉은사총무원 (김서운운영회의상임위원장측) 의 양립 등이 뛰얽힌 난맥상이다.
각서는 조계사측이 일단 비상종단운영회의 구성과 이종정의 대권을 인정한 것으로 볼수 있지만 황원장측 협상상대는 박의장측 이었지 김서운상임위원장측이 아니었다. 즉 운영회의 세력을 2개파로 분리, 한쪽만을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종정의 임명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 김총무원장의 맥락을 현명하게 이끄는게 종단상행정비의 초점이다.
조계종단 사태 혼미의 원인은 사태수습의 당면과제인 불교정화개혁 주체세력 구성의 실패 때문이다. 엉뚱한 길로 빠져나가 있는 오늘의 사태는 수습대권을 끝내 우회적으로 위임하고만 이종정의 소극적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불자들의 원망도 없지 않다.
많은 불교계인사들은『사태수습의 주체가 될만한 승려는「그을림」을 경계하며 은둔해버리고「장군 멍군식」의 대결자들만이 판을 침으로써 난국의 수습길이 꽉 막혀버렸다』고 개탄한다.
어쨌든 불타오른 불교 정화와 개혁 원력에 찬물을 끼얹는 불행한 변질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겠다는게 수습각서 교환에 기대를 거는 온 불자들의 염원이다.
이제 조계종던 비상사태는 황원장측과 운영회의 측의 각서를 바탕으로「상식」을 따라 수습할 수 밖에 없다.
불자들이 요망하는 상식선의 수습방안은 종권인계-제3의 객관적 인물로「상임위」·구성-「정화법」제정과 종헌종법 개정을 통한 정화및 종단제도개혁 단행-새로운 제도에 따른 총무원 등의 논단기구 구성이다.
정학개혁중의 총무원 기능은 상임위가 최소 기능만을 잠정 대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화와 개혁을 뒤로한 새총무원 구성은「종권탈취」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많다.
조계종은 이번의 사태수습각서에 거듭「한소식」을 더해주며 불교를 아끼는 온 국민의 애정을 끝내 저버리지 않도록 윤회재생해야 겠다. <이은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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