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고리 끊자는 게 법 취지 민간 영역 청탁도 제재해야”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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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15면

최정동 기자

민병두 의원은 “정무위안조차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오히려 정무위안보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 의원은 “김영란법이 ‘극약처방’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 지상 논쟁] ‘김영란법’ 핵심 쟁점은

-법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위헌 소지는 없다고 본다. 정무위에서 이미 대상을 제한해 놨다. 공무원 범위가 법마다 조금씩 다른데 가장 넓은 게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적 업무 종사자다. 입법정책적으로 여야가 합의하면 된다. 이미 정부와 입법조사처 유권해석을 받은 것 아닌가.”

-국민 청원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법의 핵심 취지는 부패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우리가 남이가’ 문화와 지연·혈연주의를 없애자는 것이다. 상층부의 핵심 권력에 직접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파워엘리트를 통한 청탁이 이뤄지는데 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합법적인 국민청원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지난 3일 정무위안이 ‘김영란법’ 원안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인가.
“정무위안은 부정청탁을 15가지로 유형화하고 7가지 유형의 예외조항을 뒀다. ‘나쁜 청탁’과 국민청원과 같은 ‘착한 청탁’을 구분해서 자의적인 사법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대부분의 부정청탁이 처벌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모든 부정청탁 유형에 ‘법령·기준을 위반하여’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데 누가 대놓고 법령·기준을 위반하는 청탁을 하겠나. 대부분 ‘선처해 달라’ ‘잘 봐달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이뤄진다. 이런 은밀한 청탁이 빠져나갈 구멍을 메우려면 ‘법령·기준을 위반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여’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일종의 특별법인 ‘김영란법’이 전 국민의 3분의 2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도로교통법은 전 국민이 규율 대상이다. 이를 두고 ‘왜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느냐’고 비판하지는 않는다. 결국 직접 대상은 힘 있는 곳, 권력 있는 곳, ‘갑질’ 하는 곳에 한정될 것이다.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포를 과잉 조장하는 것 아닌가.”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될 것인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상규나 상식은 많이 바뀌었다. 청탁은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옛날 상식대로라면 국회의원의 결혼식 주례가 왜 범죄인가. 미풍양속이지…. 주례 구하기 어려운 국민이 의외로 많다. 국회의원이 해주면 돈도 안 들고 좋지. 그런데 이제 이걸 ‘재능 기부’로 보는 게 아니라 ‘편의 제공’으로 보는 거다.”

-사법 선진국에선 공무원 윤리규정만으로도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엄격히 제한한다.
“외국엔 김영란법이 없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이런 법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한 번에 불법 정치자금의 악순환을 끊었다. 위험성도 분명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운 것을 한 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의 매력이자 힘이다.”

-민간영역에 대한 부정청탁도 ‘김영란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무위안으로는 공직자에게 들어오는 민간영역에 대한 청탁을 처벌할 수 없다. 산업은행에 청탁하면 불법이고 신한은행에 청탁하면 합법이다. 서울대병원 진료를 앞당겨 달라는 건 불법인데 민간병원 청탁을 하면 합법이다. 재벌그룹에 인사청탁을 해도 합법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민간영역에 대한 부정청탁이 얼마나 많은가. 민간영역에 대한 채용·승진·전보, 계약, 재화나 용역 거래 등 청탁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만약 법사위에서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별도 법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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