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VD 파일] '후아유'와 '버스정류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영화의 완성도와 DVD의 스페셜 피처의 완성도는 함께 간다. 마음에 오래 남는 영화,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는 할 말도 많고 기록할 것도 많아 보너스도 풍성하게 마련이다. 배우의 연기력과 인터뷰의 성실도도 비례한다. 좋은 영화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한 배우들은 캐릭터 분석과 배역을 위한 준비 등을 이야기한다.

반면에 헐렁한 영화에서 딱 그 정도로만 연기한 배우들은 동료 배우와 장난을 하며 사적인 감정을 털어놓거나, "최선을 다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세요"라는 상투적인 인사를 던진다. 우리 영화 DVD의 스페셜 피처를 보며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인터뷰나 코멘터리에 자막 지원이 안된다는 점이다.

영화 분석이나 이해를 돕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이야기를 듣자고 긴 시간을 투자하며 눈을 혹사하고 있노라면 DVD라는 매체의 발명이 원망스러워진다. 2배속으로 내용 검증이라도 할 수 있게, 인터뷰와 코멘터리에도 자막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언급할 내용이 많지 않다면 코멘터리보다 인터뷰를 통해 압축.전달해주면 더욱 좋겠고.

최근 관심을 갖고 본 한국 영화의 스페셜 피처로 멜로물인 '후아유'와 '버스, 정류장'을 꼽을 수 있다. 최호 감독의 2002년작 '후아유'(12세)는 DVD 출시에 즈음해 재개봉이 이루어졌을 만큼 아까워하는 팬들이 많다. 채팅 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조승우)와 63수족관 다이버인 인주(이나영)의 온.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네트워크 세대의 일과 사랑을 전한 젊은 영화다.

사랑만큼 직업 세계를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고 서울 풍경을 색다른 앵글에 담았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신선했는데 이들은 스페셜 피처에까지 성실함을 보인다.

예쁜 비주얼의 도심 지도를 클릭하면 배우의 캐릭터 분석, 스태프와 거리의 젊은이들이 전하는 20대 이야기, 게임 '후아유' 제작 과정, 삭제 장면, 이나영의 수족관 촬영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제작 과정 전반을 기록한 프로덕션 노트는 DVD라는 매체의 기록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조승우와 이나영의 인터뷰는 이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영리한 배우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과거의 배역과 연기도 좋았지만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연 감독의 2002년작 '버스, 정류장'(15세)은 컨셉트북까지 펴내며 마케팅에 힘썼던 영화다. 사는 것이 힘겹고 시큰둥한 보습학원 강사 재섭(김태우)과 가정환경이 불우한 원조 교제 여고생 소희(김민정)의 사랑을 그렸다.

밤 장면과 비오는 장면이 대부분인, 무드로 승부하는 영화답게 사운드가 좋다. 이런 기조는 스페셜 피처에도 이어져 영상 이미지와 사진 이미지, 뮤직 비디오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러나 본 영화에서 보지 못한 아름다운 영상이 많은 것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