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권 개발과 관리, 큰 밑그림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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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수도권에 8개 첨단업종의 대기업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또 자연보전권역 내의 택지 및 관광지에 대한 규제도 개선하고 지방이전 공공기관 부지, 수도권 내 낙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해 주는 내용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키로 했다.

기업의 활로를 터주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늦었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로 인해 대기업의 종합적 투자계획이 늦춰지고, 수도권에 입지를 찾던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등 국가경제 측면에서 아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 자연보전권역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편법을 동원한 마구잡이 개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제 첨단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제고와 환경친화적 관광지 개발 등 수도권의 차원 높은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완화가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마구잡이 개발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역의 이용에 대한 제대로 된 밑그림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제3차 수도권 정비계획을 올해 안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만들어진 수도권 정비계획은 주로 규제를 위한 네거티브적 방식으로, 수도권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수도권 어디는 어떤 업종의 산업을 육성하고, 또 어디는 어떻게 관광지로 개발하겠으며 또 어디는 철저히 보존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밑그림이 필요한 때다.

브라질의 경우 수도를 브라질리아로 옮긴 뒤 그 빈자리에 밀려든 이주민과 무계획적인 개발로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고 혼잡한 도시로 변했다. 행정도시 건설과 수도권 규제완화가 그러한 전례를 따르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는 수도권에 대한 분명한 개발.관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동북아 거점도시의 역할을 해내고 국가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수도권의 계획적 개발과 보존은 필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