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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통산상 파킨슨 스캔들 확대 태연하던 대처수상도 당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6일부터 영국의 신문·방송은 데리고 있던 여비서와 관계를 맺어 임신시켰다는 「파킨슨」 전통산상의 섹스스캔들 추적보도에 온통 들떠있다.
품위와 권위를 자랑해 오던 타임즈 조차 연사흘째 1면톱에 전단사진 및 제목을 달고 2∼3면을 할애, 「파킨슨」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밖에 대부분의 신문들이 4∼6면에 걸쳐 「파킨슨」 얘기로 덮고 있으며 TV도 뉴스시간의 절반이상을 이 사건에 할당하고 있다.
신문·방송들은 지난6월 10일의 총선결과를 보도할 때 보다도 「파킨슨」 의 섹스스캔들에 더 열을 올려 보도하는 감을 주고있다.
사건이 표면화되고「키즈」양의 공개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리를 지키려는 「파킨슨」 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고 「대처」 수상 자신도 무난히 넘어갈 것으로 기대했었다. 사실상 전당대회장에 모인 약2천명의 보수당원들이 곤경에 빠진 「파킨슨」 에게 열렬히 박수를 보내 격려를 준 터였다.
그러나「키즈」 양이 느닷없이 더 타임즈를 통해 「파킨슨」 이 두 번이나 결혼하자고 했다가 약속을 깼다면서 그동안의 경위를 낱낱이 밝히는 공개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결정타를 가했다.
이 내용이 더 타임즈에 톱으로 보도된다는 사실을 연락 받은 「대처」 수상은 새벽2시 「파킨슨」에게 전화, 협의를 가진 후 날이 밝자 사표를 제출케해 즉각 수리했다.
마침 이날은 블랙풀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당 연차전당대회 마지막 날이자 당수인 「대처」 수상이 기조연설을 하는 날이다.
관심이 집중됐어야 할 「대처」 의 연설은 뒷전에 밀리고 전 매스컴은 「파킨슨」 얘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왜 막판에 「키즈」 양이 공개장을 터뜨려 「파킨슨」을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가했는지는 본인으로 부터는 아직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확실한 것은 지난 6일밤 「파킨슨」 이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것 외에는 더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사항을 「키즈」 양이 어긴 것이고 의도적으로 공개장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파킨슨」 의 지지자들과 동료들은 「키즈」 양의 공개장 가운데 상당 부분이 「파킨슨」 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꾸며진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보수당에서 차기당수 내지 수상후보로 가장 촉망받던 유능한 정치인이 도중하차-사실상 재기불능-하게됐다.
거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순간까지 「파킨슨」 을 싸고돈 「대처」 수상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모아지고 있다.
우연하게도 그동안 각료가 관련된 떠들썩했던 3건의 섹스스캔들이 모두 보수당 정권하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보수당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상처로 남게됐다.
「파킨슨」 전통산상의 섹스스캔들을 계기로 영국의 정가에서는 제2, 제3의 섹스스캔들이 터질까 가슴 졸이는 정치거물들이 많다는 얘기가 무성하게 번지고있다.
이미 며칠전 노동당의 거물급정치인중에 「파킨슨」 과 똑같은 케이스가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고 많은 정치인들이 분별과 자제력 없이 섹스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경고사설이 신문에 나오는 판이다.
런던의 신문사거리인 플리트가에서는 거물정치인들이 관련된 또 다른 섹스스캔들 특종을 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워 정보를 쫓고있다.
16일자 선데이타임즈는 사설에서 현재 각로와 노동당의 섀도 캐비닛 각료들을 비롯, 지도급 정치인들 중 요즘 잠을 잘 못이루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킨슨」 사건에 대해 여론조사결과 59%가 사임은 잘한 것이다, 37%는 사임할 필요까지는 없는 문제였다고 대답했다.
「대처」 수상이 「파킨슨」을 각료로 계속 두려했던 점에 대해 47%가 잘한 것, 48%가 잘못이라고 답변, 반응이 엇갈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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