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태종 이방원의 리더십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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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한우 지음, 해냄, 502쪽, 1만3000원

'세종, 그가 바로 조선이다'의 뒤를 잇는 조선시대 주요 왕 평전 시리즈의 제2탄이다. 우선 태조 이성계는 물론 태종에 대한 전기물을 단 한 권도 만들지 못했던 역사학계의 '직무유기'에 대한 통렬한 야유로 비친다.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는 요즘, 현직 저널리스트가 군주 전기물을 펴낸다는 것 자체가 역사교양물의 새로운 시도다.

관심 있게 볼 대목은 시각 조정의 측면. 지금까지 왕자의 난에서 보였던 이방원의 잔혹함 대신 현실정치인 태종의 치세역량을 정교하게 복원한다.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태종이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위대한 설계자'임을 보여준다.

이런 시도는 역사학계의 신권(臣權) 중심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군주의 리더십 대신 당대의 신하 연구에 집중했던 상황과 작별을 알린다. 600년 전 태종을 오늘 우리 사회 리더십의 표상으로 '들이대려는' 무모함과도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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