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있다면 빨리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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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들이 스스로 분식회계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일부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위험 회피 행태에 대해 기술력이나 브랜드력 같은 무형 자산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총리는 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한국표준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회강연에서 "정부는 집단소송제 등을 2년여 연기하면서 분식회계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기간을 주었다"며 "그 어떤 것도 영원히 감춰지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올해부터 시행하면서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과거의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 기간에 과거 분식회계를 자진 수정하면 해당 기업의 회계감리를 하지 않고 있다.

한 부총리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가능성 등 무형적 가치에 제도적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 "금융은 비 올 때 기업에 우산을 씌우고 햇볕을 쬐면 우산을 뺏어야 하는데 가끔 거꾸로 가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무형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해 나갈 것이고, 정부는 제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을 포함한 정책 당국이 재기하기 어렵다고 여겼던 하이닉스를 최고 기업으로 되살린 것은 은행"이라며 "금융기관들이 꾸준히 재무계획을 세워주고 기술 개발을 지원해 하이닉스를 세계 수위의 기업으로 회생시킨 사례는 앞으로 금융기관이 해나갈 역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는 추세"라며 "계절 변동 요소를 뺐을 때 연간 7.4% 정도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내년엔 올해보다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 외국자본 정서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외자 유치와 관련해 일부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일랜드 같은 나라는 적극적인 외자 유치로 지금도 연 8~9%씩 성장하고 있다"며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을 구분하기보다 생산적인 용도에 자금이 투자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고유가와 관련, "고유가 추세의 장기화에 대비해 유류세 인하 등 단기적인 직접 대응보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제품가격으로 흡수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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