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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골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엄마, 이것이 저희들 계획표예요.보세요.』
한참 동안 제방에서 뭔가 적고 있던 큰아이가 설겆이 하고 있는 내게 조그마한 종이를 멋쩍게 내민다.
『계획표라니? 무슨 계획표인데?』 하며 종이를 받아보니 2층에 사는 형을 따라 시골에 가서 지낼 3박4일 동안의 일정을 적은 계획표였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마음 들뜨게하는 연휴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아이들과 소중한 이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2층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향인 부여의 작은댁에 다니러 간다며 국민학교 5학년인 우리집 큰아이와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부모를 떠나 먼거리 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이인지라 내심 걱정도 되었으나 뜻밖에 좋은 경험을 얻게될 것같아 쾌히 승낙했다.
큰아이가 가게될 부여의 그 댁은 과수원을 하고 계시다니 상자속의 과일만 보다가 작은 키에 죽죽 뻗은 가지가 꺾어질듯 주렁주렁 달린 과일을 보게되면 그 탐스러움과 신기함에 놀라 소리라도 지를 것이다.
논에 나가면 아직 베어내지 않은 누렇게 익어 고개 숙인 벼이삭도 보게될 것이며 사진으로만 보던 참새쫓는 허수아비도 보겠지-.
함께 시골에 갈 형과의 계획표에는 부여관광도 끼어 있고 저수지에서 낚시도 할 예정이라니. 음매-우는 소를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거름냄새나는 들판을 걸어보지 못한 아이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을 생각하면 보내는 엄마의 가슴이 더 벅차 오른다.
며칠뒤 시골에서 돌아올때는 구수한 시골냄새를 작은 가슴 가득히 안고 돌아와 아빠·엄마·동생들에게 와르르 쏟아 놓겠지-.

<서울은평구갈현동489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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