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평준화 성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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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좋은 실증 연구다. 그러나 미완의, 막 시작된 연구를 너무 견강부회해 평준화를 계속해야 한다거나 그만둬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비약이 심하다. 이제 교육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3일 서울대 사범대 교육포럼을 끝내며 이렇게 말했다. 포럼은 지난달 27일 교육인적자원부가 "이제 평준화냐 비평준화냐의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내놓은 연구 결과물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당시 연구 결과는 '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이 더 나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연세대 강상진 교수 ), '고교 3년간의 학력 향상도에서도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간 차이가 없었다'(서울대 김기석 교수)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부분 평준화 연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어 토론 열기가 뜨거웠다.

◆ 엇갈린 연구 평가=연구가 2003년 한 시점, 혹은 2001년부터 3년간의 자료를 활용해 진행된 점이 거론됐다. 지난해 34년간의 서울대 사회대 입학생을 전수(全數) 분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던 서울대 서이종 교수는 "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어 적어도 10년 정도의 자료를 봐야 하는데 1년 혹은 3년 데이터로 평준화 30년을 논하는 게 연구자로서 창피한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지난해 초 비평준화 지역의 학업성취도가 크다고 했던 한국개발연구원 김태종 교수도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효과를 넘어서서 분석하려는 종합적 시각은 모범적"이라며 "그러나 평준화 지역의 성취도가 높은 건 출생 이후 누적된 변화의 역사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논문을 발표할 땐 한 편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엔 그런 표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참여한 중앙대 강태중 교수는 "이전 연구는 분석보다 '주장'(편견)이 앞서거나 자료 또는 분석상의 결함들을 지녔던 것에 비해 두 연구는 분석에 엄밀함을 추구하고 있으며, 자료도 나은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평준화가 국가경쟁력 저하의 주범이라거나 하향평준화를 불러왔다는 비방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 것"(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이란 평가도 있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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