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생충 알이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충북의 한 김치공장에서 공장 관계자가 납품됐다가 수거된 김치를 정리하고 있다. [청주=연합]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 생산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업체여서 거래처로부터 반품 요구가 쏟아지면 자칫 경영 위기에 몰릴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업체들은 철저한 세척 과정을 거쳐도 기생충 감염 여부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기생충 검사 시스템과 농산물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의 C 김치업체 K대표는 "발표에 앞서 2일 저녁 지방 식의약청으로부터 우리 업체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는 기생충 검사를 통과한 김치만 출하하라는데 아무리 잘 씻어서 김치를 만들어도 기생충 알이 남아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식의약청 측에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준비가 안 됐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업체들 대부분이 스스로 기생충 검사를 할 장비나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발표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란 소리냐"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O김치 J대표는 "충청도에서 생산한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배추로 만든 김치는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김치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농산물 재배.검역 체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대형 업체인 한성식품은 "기생충 알이 검출된 충북 진천 공장의 김치 생산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성식품 관계자는 "지난달 배추 물량이 부족해 고정 거래처 외에 급히 시장에서 구입한 배추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인을 정밀 조사해 안전 대책을 확실히 한 뒤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성식품은 진천과 서산.부천 등 세 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 매장과 급식 업체 등 100여 곳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유통 업체와 단체급식 업체들은 식의약청의 발표 후 기생충 알이 검출된 업체의 김치를 매장에서 철수하거나 급식을 중단했다. 롯데백화점.GS홈쇼핑 등 한성김치 판매 업체들은 "현재 판매 중인 김치는 문제가 된 진천 공장 김치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어 해당 제품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급식업체 신세계 푸드 시스템과 아워홈은 "문제가 된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김치 배식을 중단했다"며 "남아 있는 김치는 반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생충 알이 검출되지 않은 두산 종가집.동원 F&B와 같은 대형 업체들은 이번 기생충 알 파동이 국내 김치시장 전체를 위축시키고 수출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김치시장은 연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포장 김치가 약 1500억원, 단체급식과 재래시장 김치가 3500억원 정도다. 지난해 국내 업체의 해외 김치 수출액은 1억2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95%가량이 일본에 수출됐다.
두산 종가집 김치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에 200억원어치의 김치를 수출했다"며 "중국의 한국산 김치 기생충 알 검출 발표에 이어 이번 식의약청 발표로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속되는 김치 파동으로 김장을 하겠다는 가정이 늘고 있어 올해 배추값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따르면 3일 배추값은 한 포기에 2850원(상품 기준) 이다. 지난주(3330원)보다 약간 내렸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000원)의 세 배 수준이다.
염태정.홍주연 기자
기생충 알 검출된 국산 김치 업체
◆ 개.고양이 회충 알=▶내고향식품(광주 광산구)▶㈜참식품(충북 충주)▶청정식품(전북 완주)▶미인김치(전북 익산)▶영식품(전북 임실)▶전원김치(충북 제천)*▶㈜한성식품 진천 제1공장*▶초정식품(충북 청원)*▶주영식품(충남 당진)*
*는 개 회충 알
◆ 회충알=▶남양(경기 고양)▶㈜울엄마(경기 안산)▶원식품(제주시)▶무궁무진식품(제주시)
◆ 종류 미확인 기생충 알=▶명동식품(대구 북구)▶㈜남산식품(경북 경주)▶시원식품(경북 김천)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