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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김치 일부서 기생충 알] 거름서 돼지 회충알 옮았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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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산 김치에 이어 일부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온 3일 시민들이 약국을 찾아 구충약을 사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국산에 이어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소비자들은 "기생충 알이 들어 있는 김치를 먹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전문가 진단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거의 사라졌다던 기생충이 다시 어떻게 나왔는지, 개.고양이 기생충 알이 왜 김치에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 회충알 어떻게 들어갔나=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2만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충 감염률은 0.05%였다. 이 정도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배추 농사를 지으면서 인분을 거름으로 쓴다 해도 회충알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도 이번에 김치 4개, 배추 2개에서 회충알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람 회충알이 아니라 돼지 회충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돼지 배설물을 거름으로 쓰는 과정에서 배추 등의 채소로 옮았을 것이란 얘기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 교수는 "사람의 회충과 돼지 회충은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해 구별하기 힘들며, 국내 기생충 감염률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 나온 회충알은 돼지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돼지의 회충 감염률은 3~5%다.

◆ 개.고양이 회충알이 왜 나왔나=애완용보다는 야생화된 동물에서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윤 교수팀이 지난해 야생 고양이 80마리를 조사했는데 10%가 회충에 감염돼 있었다. 애완용 개.고양이는 사료를 먹기 때문에 기생충이 거의 없다. 야생 개나 고양이가 밭에 배설을 하면서 기생충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도심의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 모래에서도 회충알이 나오는 이유도 도심을 누비는 집잃은 개나 고양이가 모래에 배설하기 때문이다.

개.고양이 회충알에 오염된 야채라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일부 업체가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에 기생충 알이 나온 것이다.

◆ 중국산 김치 재료는 안전한가=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이번에 기생충 알이 나온 16개 제품은 김치업체가 사용한 재료의 일부(54건)를 회수해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중 중국산은 고춧가루 두 건(한 건은 국산과 섞임)과 양념 한 건이었다. 여기에서는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았다.

식의약청이 중국산 생배추.절인배추.마늘 등 31건을 조사했는데 조사를 마친 4개 제품에서는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 파동이 난 이후 중국에서 들어오는 재료가 크게 줄었다.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수입된 생배추는 976t, 절인배추는 66t이다. 국내에서 김치 제조에 쓰이는 배추 중 중국산은 1.3%다.

◆ 16개 업체의 생산량은=기생충 알이 검출된 16개 업체의 지난해 김치 생산량은 1만8400t으로 국내 총생산량(37만7000t)의 4.9%를 차지한다.

하지만 김치를 담글 때마다 원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 업체 생산 제품 모두가 문제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16개 업체가 담근 김치의 양은 23.8t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김치회사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매출액(김치 외 다른 식품 포함)이 1억원 안 되는 기업이 11개다. 1억~10억원이 1개사, 10억~50억원이 3개 사다. 가장 큰 회사는 ㈜한성식품으로 문제의 김치를 생산한 진천공장뿐 아니라 다른 공장까지 합한 매출액이 165억원이다.

한성식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 지역에 바탕을 둔 기업으로 문제의 김치를 지역 식당이나 급식업체에 공급했다. 한 개 업체만 마트에서 판매했다.

◆ 정부 대책은=이번에 기생충 알이 나온 업체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정해지지 않았다. 기생충 알은 검출돼서는 안 되는 이물질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정지 등 처분을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생충 오염을 막기 위해 원료 구입에서 최종 제품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의무 대상에 김치공장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김치업체들이 스스로 기생충 검사를 하는 자가품질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고▶배추를 절인 후 흐르는 물에 세 차례 이상 씻도록 유도하며▶위해 우려가 있는 김치에 대해 유통 전 검사를 명령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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