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버리를 대아공작전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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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마가 최근 남북한관계에서 종전의 북한편중태도를 지양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버마에서의 북한의 기반은 우리보다 깊은것이 사실이었다.
이같은 버마-북한관계는 알바니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사회라는 유사성에 그 기반을 두고있는 것같다.
버마-북한 양자는 사회주의체제라는 유사성도 지니고 있다. 버마가 스스로의 반외세고립정책에 따라 서방측과 경원상태에 있을때 북한이 이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관계를 심화시켰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버마는 75년 남북한과 동시수교를 했으나 그해 유엔총회에서의 한반도문제토의때 서방측안에 기권하고 공산측안에 찬성했다.
버마는 한반도정책으로 외세의 간섭없는 평화적 통일방안을 지지하며 원칙적으로 한반도내에서 외군철수요구에 동조한것이었고 이점은 82년 버마의 유일집권당인 사회주의계획당의 정치보고서에서도 재확인됐다.
정치보고서는 한국문제에 언급, 『한반도에서의 외군철수및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것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버마는 중립이라는 입장에서 남북한유엔동시가입문제등에 대해서는 남북한 어느쪽에도 확실한 태도표명을 피하고있다.
북한은 특히 「네윈」체제에 대한 서방측의 비판이 고조된 70년대 중반이후 버마와의 인사교류및 경제원조를 강화했다.
북한은 77년 이앙기4대, 78년 불도저2대및 트랙터5대를 무상원조했으며 77년에는 농업기술지도원 3명을 파견했다.
인사교류면에서 보면 65년 김일성이 랭군에 기착했고, 70년대중반이후 각종 대표단의 방문활동이 빈번해졌으며 특히 80년대에 들어와 북한수상 이종옥이 두차례 (81년, 82년)나 버마를 방문, 양자관계증진을 꾀해온것으로 알려졌다.
버마측도 77년에 당시 「네윈」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이래 79년에 「우·몽·몽·카」수상, 78년과 82년에 외상이 각각 방문했다.
미확인정보로는 버마에 북한의 군사요원이 파견되고 있다는설도 나돌만큼 양자관계는 비교적 긴밀했던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네윈」전대통령이 정치2선으로 물러나는것과 때를 같이해 버마사회가 제한적이나마 개방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대한관계는 점차 개선되어 왔다.
버마는 특히 우리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의 대북한 경제우의를 인식해 경제관계에서 실질관계증대를 위한 협력관계를 점차로 증진해나갈 전망을 보여왔다.
이에따라 「우·칫·라잉」외상이 82년9월 방한한것을 비롯, 고위인사들의 상호교류가 잦아져 상호협력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있었다.
또 경제면에서도 버마건국이래의 최대사업인 킨다댐건설(충주댐규모·8천만달러규모)을 8l년 현대건설이 수주해 현재 공사가 60%정도 진척되고있느것을 비롯, 82년에는 국제상사가 냉동설비플랜트를 수주하는등 실질관계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이같은 한·버마양국관계의 호전에 힘임어 전두환대통령의 버마순방이 이루어졌던것이다. 전대통령의 버마순방사실이 발표된 지난6월 현지 북한공관측의 반응은 큰 충격을 받고 당황했던것으로 현지외교가에서는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대한선회경향을 보인 인도와 스리랑카와는 달리 버마를 아시아의 비동맹중립국가중 마지막 보루이자 대아세안교두보로 중친, 심혈을 기울여왔기 때문이었다.
이에따라 지난 8월하순 북한은 최근 인민회의상임위원장 양형섭을 단장으로한 사절단을 파견, 일련의 대한견제공세를 폈던것으로 현지외교가는 분석한다.
랭군의 북한대사관공관원의 숫자도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20여명이나 이들 대부분이 공작원인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북한관련설에 관해 주목할 대목은 9월29일이전 북한화물선 1척이 북한이 버마에서 벌이고 있는 건설공사에 자재를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랭군에 정박했다는점이다. 이배는 그후 스리랑카의 콜롬보항에 기항, 스리랑카정부의 감시를 받고있는점으로 미루어보아 단순한 화물선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북한화물선의 랭군정박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버마당국의 조사를 지켜봐야할것이다.
버마당국의 조사결과 북한의 개입이 판명될 경우 버마가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어떤 단호한 태도를 취할지가 앞으로의 양국관계를 재는 바로미터가 될것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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