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포기한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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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을 허문 스코틀랜드 R&A 골프 클럽.

19세기 영국의 명문 골프 클럽은 비밀결사 조직인 프리메이슨이 주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프리메이슨은 세계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유색인종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이 곳 회원들은 “골프는 ‘Gentleman Only, Ladies Forbidden(남성 전용, 여성 금지)’의 약자”라고 농담을 했다. 여성이 골프 코스를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회원이 될 수는 없었다.

 전통은 아직도 남아 있다. 21세기에도 일부 명문 골프장은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았다. 디 오픈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R&A(로열&에인션트) 골프 클럽과 마스터스를 여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도 그 중 하나였다.

소렌스탐

 여성단체들은 대회 시청을 거부하고 TV중계 방송사에 광고를 하는 회사의 상품 불매 운동까지 벌였다. 골프 클럽은 “우리는 친목 모임이므로 누구를 받고 안 받고는 다른 사람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논리로 버텼다.

 그러다가 미국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2012년 8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2명의 여성 회원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영국의 R&A도 11일(한국시간) 공식적으로 여성에게 문을 열었다. 전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과 메이저 4승의 로라 데이비스(52·잉글랜드) 등 7명을 신규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앤(65) 공주도 포함됐다. 소렌스탐은 트위터를 통해 “행운의 여성이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R&A는 지난해 9월 회원투표를 통해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고 ‘여자와 개는 출입금지’ 라는 팻말도 뗐다.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와 로열 트룬 골프장이 아직도 금녀의 클럽으로 남아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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