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구리는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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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구리 7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16강전 추첨에서 이창호 9단과 구리(古力) 7단이 딱 만났다. 결승전만큼이나 짜릿한 세계 1위와 중국 1위의 빅매치다. 그러나 어느 한쪽은 너무 일찍 만난 것을 한탄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이창호 쪽이 약간 우세하겠지만 백지장 한 장 차이고 단판 승부에서는 그나마 소용없다.

구리 7단의 바둑은 화려하고 두텁다. 이세돌 9단은 구리를 일러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라고 말했는데 이 한마디는 실로 교묘하게도 정곡을 찌르고 있다. 실력은 좋지만 승부의 측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구리의 일면을 잘 잡아낸 것이다.

장면1=흑의 이창호는 우변, 백의 구리는 좌변에 터를 잡았다. 선수를 쥔 구리 7단이 노타임으로 36에 두고 있다. 바둑판은 넓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구리는 왜 하필 이 좁은 구석을 두는 것일까. A쯤 키우면 얼마나 시원한가.

이창호 9단은 37로 한방 밀어놓고 39로 낙하산을 투하한다. 기막힌 삭감의 요소다. 그래서 구리의 백36은 더욱 이상해 보인다. 지탄이 쏟아진다.

하지만 36은 숨은 요소였다. 박영훈 9단은 "실속이 있으며 보이지 않게 큰 곳"이라고 말한다. 36을 두지 않고 A 부근을 키우면 흑은 '참고도'1로 붙인다. B와 C를 맞보기로 하여 중앙으로 돌파하게 된다. 이런 맥점을 놔둔 채 좌변을 키우는 것은 허장성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백42는 구리 7단다운 화려한 공격.

장면2=50은 손해 수지만 과감한 수법. 배짱 좋은 구리가 타개의 귀신이라 할 이창호의 바둑을 강력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창호 9단은 55부터 대마를 수습한다. 최고수들의 승부호흡이 그대로 전해지는 팽팽한 중반전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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