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기러기아빠] 1. 초간편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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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W 메리어트 호텔 홍영표 과장(左)이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간단한 요리법과 보관법을 알려주고 있다. 안성식 기자

'마시다 만 맥주병, 널려 있는 빨랫감, 수북이 쌓인 빈 그릇…. ' 지난달 숨진 지 5일이 지나서야 발견된 한 '기러기 아빠'가 남긴 유품이다.유학 간 아이들 뒷바라지하러 아내마저 떠난 후 한국에 남아 혼자 사는 속칭 '기러기 아빠'는 어림잡아 5만 명.'기러기 아빠'의 쓸쓸한 최후에 가슴이 서늘해질 사람도 그 정도 되는 셈이다.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기러기족(族)을 위해 오늘부터 3회에 걸쳐 '자력갱생(自力更生) 기러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오늘 싣는 제1탄에선 하루 딱 세 시간 투자로 일주일 내내 가정식 보양식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초간편 요리비법을 소개한다. 1년 동안 기러기 생활을 했던 J 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요리사 홍영표 과장이 본인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해낸 식단이다. 값이 싸면서도 영양 높은 닭 한 마리로 다양하게 변주해 먹을 수 있는 일주일치 밥상과 라면을 끓여 먹을 때나 한 번씩 꺼내 먹는 신 김치로 만드는 치즈김치볶음밥이 오늘의 메뉴다. 요리사라는 말에 괜히 기죽지 마시길-. 집에 가면 여느 남편과 똑같이 '귀차니스트'로 변했던 홍 과장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짜낸 식단이다. 요리 초보라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영양식에 이어 '자력갱생 기러기' 2탄에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리고 퇴근 후 집에서 혼자 TV를 보면서 근육을 키우는 간단 운동법을 소개한다. 이어서 3탄은 후줄근한 와이셔츠로 기분까지 축 처졌던 기러기들의 주름진 마음까지 빳빳하게 다려주는 초스피드 간단 다림질 노하우다. 비단 기러기족뿐 아니라 모든 싱글족과 바쁜 맞벌이 아내들에게도 좋은 생활의 팁이 될 것이다.

안혜리 기자<hyere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 시작이 반▶닭육수 만들기

●재료=큼지막한 닭 한 마리, 껍질 벗긴 통마늘 20개 정도, 대파 한 줄기, 통양파 한두 개, 통후추(없으면 그냥 후추)

●만들기=냄비에 닭 한 마리가 다 잠길 정도의 물을 넣고 끓인 후 닭 한 마리를 넣고 5분 정도 삶는다. 첫 국물은 버리고 다시 냄비에 물을 부어 닭과 마늘, 숭숭 썬 대파와 양파, 통후추를 넣고 끓인다.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1시간 정도 더 끓이면 닭 육수 완성.

*** 영양 듬뿍▶ 닭백숙·닭칼국수

잘 익은 닭이 바로 백숙. 물에서 건져내 잘게 찢은 후 깨소금에 찍어 먹는다. 남은 백숙은 지퍼 달린 랩에 싸서 냉동 보관한다. 마트에서 사온 생 칼국수 하나를 끓는 닭 육수에 넣고 익히면 담백한 닭 칼국수 완성. 여기에 찢어놓은 닭 백숙을 넣어도 좋다.

*** 술 마신 다음날▶ 닭죽

밥 한 공기에 호박이나 당근 등 냉장고에서 보이는 아무 야채를 잘게 썰어 냄비에 담는다. 재료 3배 정도의 닭 육수를 냄비에 부은 후 야채가 익을 때까지 저어주며 중간 불로 끓이면 닭 죽 완성. 밥을 좀 많이 넣어 닭죽을 만든다. 한끼를 먹고 남은 죽은 지퍼 달린 랩에 납작하게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 아침식사로 딱▶ 양송이 크림수프

먼저 양파를 잘게 썰어 버터에 볶다가 채썬 감자 한 개와 잘게 썬 양송이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육수와 우유를 넉넉히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믹서에 갈아주면 완성. 냉동 보관한 크림 수프는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 레인지에서 1분~1분30초 정도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다.

*** 입맛 새록새록▶ 치즈김치볶음밥

●재료=양파, 다진 마늘, 김치, 밥, 슬라이스 치즈 몇 장

●만들기=팬을 달구어 기름을 두른 후 잘게 썬 양파와 다진 마늘을 먼저 볶은 후 잘게 썬 김치를 넣고 다시 볶는다. 여기에 밥과 김치 국물을 넣어 볶으면 김치 볶음밥 완성. 손바닥만한 작은 지퍼형 랩에 밥을 1인분씩 담고 슬라이스 치즈를 적당하게 잘라 밥 안에 섞어준 후 납작하게 눌러 냉동보관한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5~7분 정도 데워 먹는다.

●보관은 이렇게

1.여분의 음식은 1인분씩 지퍼 달린 랩에 납작하게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2. 먹고 싶을 때마다 냉동실에서 꺼내 바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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