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따라 발음이 다른 것처럼 땅이 넓은 미국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발음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발음이 달라도 알아듣는다. 심지어 하일씨나 미즈노씨같이 미국과 일본에서 와서 경상도.전라도 발음을 하더라도 알아듣는 데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그 분들의 한국어 발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발음이 정확하면 좋겠지만 한번 고착되면 고치는 게 쉽지 않다. 발음은 그 언어로 많이 대화하면 좋아지지만 책을 보거나 녹음 테이프를 듣는 것만으로는 좋아지는 효과가 미미하다.
발음은 영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우선 순위는 낮은 것 같다.
중요도가 높은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의 어린 학생들은 영어 단어는 알지만 말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어가 모여 어구가 되고 어구가 모여 문장이 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어구다. 문장 내에서 쪼갤 수 없는 의미의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 오늘 학교에서 오다가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어요"라는 말을 한다고 하자. 우리 말을 할 때 이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와 문법에 맞게 신경을 쓰면서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순서가 맞지 않아도 알아듣기 때문이다. "오늘 엄마 책 한 권을 서점에 들러 샀어요, 학교에서 오다가"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어구를 쪼개 순서를 바꿔보자. "권 한 들러 에 을 오늘 서점 오다가 에서 책."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의사 소통에 있어서 완전한 문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의미의 단위인 어구를 정확하게 말할 줄 알면 된다. "학교에서 오다가",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어요", "오늘", "엄마" 를 정확하고 즉시 말할 수 있으면 의사 소통이 잘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어 교육에서도 짧은 어구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둘째로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단어를 아는 것이다. 발음은 셋째에 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창열 하버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