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은행직원 11명 계열기업 1개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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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동개발진흥에 관한 「수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것은 이미 2주전이었다. 소문은 퍼질만큼 다 퍼졌고 그런데도 정작 문제의 주범들은 유유히 해외로 달아나 버렸다.그동안은행이나 당국은 대체 무얼하고 있었느냐는 반문이나올만 하다.소문이후부터은행발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보자.
○ 조흥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은행측이 이번사건의전모를 파악한것은 지난22일이었다고 한다.
12일께부터 시중에 영동개발진흥의 부도설이 나돌기시작하면서 은행측도 중앙지점과의 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확증을 잡고 자체조사에 나섰으나 그때판단으로는 기껏해야 2백억∼3백억원규모쯤으로 생각했다는것이다.
그정도면 영동개발진흥이 소문난 땅부자니까 충분히 자체수습을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밖에는 일체 함구렴이 내려졌다.
마침 아파트분양을 시작하는날(13일)이라 영동측에서는 「분양을 방해하는 악성루머」라고 연막을 쳤고은행측에서드 「아주 건실한기업」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15일 IMF총회참석차 출국하는 강경유재무장관마저도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에 대해 『루머에 불과하다.절대 아무일도 없을테니 걱정말라. 믿어달라』고 장담했었다.
중앙지점의 관계직원에 대한 조흥은의 자체조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진 사건의 진상이 차츰차츰 벗겨졌고 급기야는 1천6백70억원이라는 엄청난 불법지급보증의전모가 밝혀졌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이헌승조흥흔행장은 2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우선 당장 돌아오고 있는 영동개발진흥의 정상적인 어음결제를 막아줄것이냐,아니면 부도를 낼것이냐를 의논했다. 이사중에 어느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다. 공연히 말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업무상배임죄로 쇠고랑을 찼던 전례를 잘 보아왔기 때문이다.
재무부에 보고된것은 이날하오5시씀.사건의 전모를 실토하고 처분만을 기다렸다. 워낙 사건이 엄청나서 혼자서 처리할 능력도 못미칠뿐 아니라 시키는대로 하는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마침 재무장관은 해외출장중.재무부측은이날하오10시가 넘어서야 서석준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에게전화로 대강의 보고를 했다.
서부총리 입장에서는 주무장관이 돌아와서 직접 사태수습에 나서는것이 바람직했겠으나 당장 은행이 아무런 결정을 못내린채 마비상태에 빠져있으니 더이상 미룰수도 없는 처지였다.
○…사건의 보고를 받은정부도 여간한 충격이 아니었던것같다. 작년의 이·장사건, 금년들어 명성사건,그것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이번사건이 터졌으니. 한당국자는 『이런일 앞으로 두세번 더터진다면 정말 나라의 기둥이 흔들릴 불상사』라며 장탄식. 더구나 진짜문제는 현재의 금융풍토로 볼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수없는 것이라며 하루속히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정부쪽에는 당초 이사건을 덮어서 조용히 처리할생각도 했었으나 워낙 사고의 규모나 수법이 엄청나서 도저히 그럴수없다는판단이 섰다는것. 예컨대 명성의 경우는 빌어쓴 돈에 상응하는 재산이 남아있어서 사후처리에 별문제가 없는편이지만 영동개발진흥의 경우 하도 사고액수가 방대하고 담보도 부족한데다 이미 소문은 퍼질대로 퍼진 형편이라 결국 깨뜨릴수밖에 없었다는후문.
○…사건의 전체규모를 밝혀준 결정적인 단서는 주범 박종기차장이 지급보증발행 번호와 액수를 처리해둔 비밀노트 한권이었다고.
최근들어서는 지급보증도장을 아예 영동의 이복례회강실에 가져다가 무더기로 찍어왔는데 이때 발행한 내용을 적어둔 노트였다는 것. 더구나「수상한 소문」이 나돌자 영동의 어음소지자들이 미심쩍은 나머지 조흥은행 중앙지점에.지급보증사실여부를 확인해봤고 여기에 대비해 영동쪽에서는 어음에다 지급보증도장을 찍을때마다 전화로 은행지점에 알려줬다는 것이다.
결국 중앙지점은 조흥은행의 지점이 아니라 영동개발진흥의 지점이었던셈.
한편 사건의 공모자인 은행직원 11명은 대체 어떤보장(?)을 받았길래 그처럽 무모한 일을 저질렀는가 궁금한 사항이다.
알려진바로는 영동의 계열기업중의 하나가 실제로이들 은행직원들의 소유로되어있고 경영에도 직접으로 참여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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