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운영의 일대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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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은의 한지점과 부동산 관련업체가 관련된 대형 금융사고가 또 다시 일어나 선량한예금의 은행이탈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은행지점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조직·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작년의 이·장어음사건, 지난번의 명성사건에 뒤이어 영동개발진흥 부정어음사건이 잇달아 발생한것을 보면 금융운영에 일대혁신이 있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금융기관의 여·수신업무는 가장 체크시스팀이 발달돼있는 분야임에도 그토록 허술할수가 있겠는가 하는것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다.
이번 금융사고는 이미 지난 80년2월부터 싹이 터온것이다.
내부적으로는 1백50억원의 어음지급보증 한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흥은행중앙지점의 관련직원들이 한도를 10배이상 초과하는 1천6백71억원의 어음에 대해 보증을 남발해 왔다는 것이다.
3년이상이 경과하는 동안 전·현직지점직원들이 바통을 이어가면서 상식을 벗어난 업무를 취급해 왔다는것은 은행의 체크시스팀에 큰 구멍이 있다는것을 입증한다.
어음지급보증도 은행 대출업무의일환이므로 충분한 채권보증조치와 대상기업의 신용도,경영전망등을 감안하여 이루어져야함에도 영동개발진흥사건에는 그런 조치가 미흡했다.
사건내용은 앞으로 사직 당국에 의해 규명될것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려 보기로한다.
다만 1천6백억원의 부정 지급보증 가운데 9백억원은 담보를 확보하고 있고 약 7백억원이 회수불능될 것이라고한다.
시은을 비롯한 일반은행의 대출금잔액이 22조7전9백40억원(8월말)인것에 비하면 1천6백억원이란 액수는 겨우 0·7%에불과하다고할수 있을지 모른다.
전체적인 금융기관의 여신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할수도있다.
그러나 영동개발진흥사건은 몇가지 지나쳐 버릴수 없는 교훈을 주고 있다. 선의의 가계저축자에게 금융기관불신을 남게하여 창구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용금고등의 부정사건이 속출하여 공신력을 잃고 있는중에 시은마저 큰 사고가 잇따른다는것은 어느모로 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은행원들의 자질·대우·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은행의 창구사고는 사전 예방이 가장 소망스러운것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은행원의 양식에 달려있다는것을 먼저 인식해야한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80년중 은행의수표·어음부정결제액은 약 1백억엔으로 전국 은행대출액 1백억엔의 1만분의1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은행부정과 경제환경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자.
다시 한번 일본의 예를들면 일본열도개조론·오일쇼크(73년)등으로 한참 부동산투기가 벌어졌을때, 일본의은행들은 부동산업에의 초과 대출로말썽을 빚였었다.
그래서 은행비판의 여론이 높아지게 되자 일본 대장성은 내년부터 규제조치를 취했었다.
우리의 경제환경이나 은행참구도 올들어 부동산관계 사고가 많은것을 우연이라고 할수만은 없다.
부동산투기 성행등의 경체환경이 정상적인 은행업무를 비정상으로 끌고가는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는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을것이다.
영동개발진흥사건은 또 하나의 대형은행창구로서만 볼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에 비추어 해석해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금융기관의조직·기능자체에 개선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것을 거듭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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