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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맛 본 사장님들, 패밀리레스토랑서 사흘간 체험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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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장세훈씨(오른쪽)과 이모씨가 베니건스 주방에서 샐러드를 만들고 있다. 음식점 창업 실패의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사흘간 일하면서 노하우를 배웠다. 신인섭 기자

'대기업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큰 기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은 값이 좀 비싸더라도 깨끗하고 직원들도 친절할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 그런 곳이 대부분이다. 대기업과 경쟁하는 소규모 음식점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나도 대기업처럼 돈이 많으면 그만큼 할 수 있다'고 위안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쟁력은 풍부한 자금력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경영과 조직의 시스템화도 자금력 못지않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사업의 규모나 환경이 다르지만 소자본 창업자들도 대기업에서 시스템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특별한 실험을 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소규모 음식점 창업자 두 명을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에서 현장 교육을 받게 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요식 업종 중 시스템화와 규격화가 가장 잘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주점을 열었던 장세훈(45)씨와 갈비집을 운영했던 이모(43)씨가 사흘간 베니건스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두 사람은 주방에서 조리를 하거나 홀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서비스했다. 경험을 끝낸 두 사람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배운 게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 서비스=두 사람이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친절한 서비스였다. 장씨는 "나도 가게를 열 때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했는데 여기에선 친절의 수준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베니건스는 손님 응대 요령이 매뉴얼로 적혀 있다. 손님이 들어오면 직원이 인사를 하고 테이블로 안내하는 일부터 계산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11단계로 나눴다. 심지어 목소리 톤과 손님과 마주치는 눈의 높이까지 나와있다. 정확한 발음이 가능하고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게 목소리는 '솔' 높이로, 손님이 1m 앞에 들어오면 늘 대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꼭 눈을 맞추도록 종업원에게 강조한다. 장씨는 "소규모 음식점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서비스에서 결코 뒤져선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직원 관리=이씨는 "소규모 음식점에서 가장 힘든 게 종업원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고 직업 의식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수 종업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려고 해도 다른 종업원의 반발을 사기 때문에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이씨의 눈에는 끊임없는 교육, 경쟁을 통한 승진, 적절한 동기 부여 등이 대기업의 장점으로 보였다.

베니건스는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과 끝낸 뒤 직원 교육을 한다. 신입 직원이 점장이 되려면 근무성적 평가를 통해 네 단계를 올라가야 한다. 태도.리더십.팀워크 등 분야에서 뛰어난 직원을 뽑아 해당 분야를 상징하는 핀을 준다. 이 핀은 명예에 불과하지만 직원의 사기를 높여준다. 서비스나 판매실적 등을 겨루는 게임방식의 각종 콘테스트를 만들어 일하면서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이씨는 "종업원 숫자가 적어 베니건스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종업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매뉴얼.레시피.체크리스트=이들은 어디에서나 무엇을 하건 반드시 시스템화했다는 게 패밀리레스토랑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에도 청결상태에 대한 10여 개 항목의 체크리스트가 있었다. 15분마다 직원이 점검한다. 음식을 만들 때도 재료의 정량과 조리 시간이 적혀 있다. 스테이크에 얹는 소스의 양도 정해져 있다. 조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레시피만 따라하면 될 정도로 조리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또 고객을 성향에 따라 분석형.추진형.온화형.표현형 등 네 가지로 나누고 거기에 따라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도 있다. 여기엔 손님의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제안한 메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나와 있다. 이씨는 "단순하더라도 이렇게 문서로 해놓으니 책임감이 들고 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프렙(준비)'에 관심이 많았다. 프렙은 음식 재료를 미리 씻고 다듬고 준비한 뒤 1인분 단위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베니건스는 요일.계절 등에 따라 수요를 예측한 만큼 재료를 준비해둔다. 장씨는 "새로 음식점을 내면 반찬 등 사이드 디시 같은 것을 프랩하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프랩을 도입하면▶조리 시간을 상당히 줄여주고▶갑자기 손님이 몰려도 허둥지둥하지 않게 되며▶주 요리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시스템'이 성공 열쇠
조리방법 등 매뉴얼로 만들고
점검목록 만들어 매일 체크해야

전문가들은 창업해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먹구구식 경영'을 꼽는다. 사업 목표나 경영 분석 없이 무작정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몇 년 지나지 않아 접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체계적으로 업체를 운영하는 대기업식 경영 기법을 소자본 창업자들이 응용할 경우 실패 확률은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스템' '매뉴얼' 등의 단어는 국내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낯설지만 일본 자영업자들은 익숙하다. FCG코리아 이준혁 사장은 "일본은 작은 평수의 라멘(일본식 라면) 가게에서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점검한다"고 말했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소자본 창업자의 시스템화 전략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시스템화는 처음에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결국에는 들인 시간과 비용을 뽑고도 남게 된다"고 말했다.

시스템화는 쉬운 것부터 하는 게 좋다. 재료가 들어가는 양, 음식을 튀기는 시간, 식기를 잘 닦는 법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함께 기록한다. 그리고 매일.매주.매월.매분기 해야 할 일을 나눈 뒤 점검목록을 만들어 종업원에게 나눠주자. 또 서빙 절차, 업무 분장 등도 종업원에게 준다.

시스템이란 개념이 어렵다면 대기업을 벤치마킹한다. 요식업의 경우 패스트푸드나 패밀리레스토랑 매장을 들러 어떻게 돌아가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꼭 따라할 수는 없지만 시스템화의 감을 잡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한 번 만든 매뉴얼.체크리스트.노하우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한 뒤 꼭 수정한다.

경영분석이 어려운 게 아니다. 재료비.인건비.경비 등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게 필요하다. 이것조차 하지 않는 소자본 창업자들이 많다. 그리고 지난 실적을 바탕으로 목표 이익을 미리 세운다.

이철재 기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런 노하우를 배우자

①정확한 사업방향과 목표

-철저한 사전조사로 방향을 설정한 뒤 발전 계획을 짜야 한다.

-단.중.장기로 발전 계획을 나누도록 하자.

②인사관리 시스템

-업무를 나눈 뒤 꼭 근무 매뉴얼을 만들자.

-근무 평가나 기간에 따른 인센티브를 체계화하자.

③인건비.경비 절감

-인건비와 경비가 전체 매출의 25% 안에 들도록 관리하자.

④표준화된 맛

-레시피에 의한 메뉴로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자.

⑤철저한 고객관리

-고객 만족도를 주기적으로 파악, 자료로 보관해 활용하자.

-미스터리 쇼퍼(암행 서비스 점검)를 둬 서비스를 점검하자.

⑥종업원 만족에 최선을 다하자.

-월별 매출.이익목표를 넘을 경우 종업원에게 인센티브를 나눠주자.

⑦위생과 안전은 최우선이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책임자를 둬 관리하자.

<자료: fcg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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