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인' 손민한 최고봉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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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삼성 오승환. 임현동 기자

황금공에 입맞춤. 2005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에 오른 롯데 손민한이 황금으로 만들어진 야구공 모양의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손민한(31.롯데). 손민한이 최우수선수가 됐다. 거센 신인 돌풍을 일으켰던 오승환(삼성)도, 타격 2관왕을 차지한 이병규(LG)도 '시즌 최고의 활약'이란 전제 앞에서는 손민한에게 미치지 못했다. 시즌 최다승(18승)과 평균자책점(방어율 2.46) 1위. 꾸준하고 비중 있는 활약이 그를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만들었다.

손민한은 3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최우수선수, 신인왕 투표에서 유효표 88표 가운데 55표를 얻어 2위 오승환(20표)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2000만원 상당 순금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왕 투표에서는 오승환이 88표 가운데 85표를 얻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1위를 차지했다. 신인왕 상금은 200만원.

4강 제도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 선수로 MVP가 된 손민한은 롯데 선수로서는 1984년 최동원 이후 21년 만에 최우수선수가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오승환은 양준혁(93년).이동수(9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삼성이 배출한 신인왕이 됐다.

경기운영 능력에서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손민한은 기복 없이 꾸준한 투구로 3년 연속 최하위였던 롯데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손민한은 부산고-고려대를 거치며 청소년대표.국가대표를 놓치지 않은 야구 엘리트다. 그러나 97년 프로입단 직후 어깨부상에 시달리며 3년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97년 9경기, 99년 10경기밖에 던지지 못했고, 98년에는 한 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그는 "그 시절이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다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설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심정이었다. 그때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영광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태일·강인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손민한 "우승반지와 바꿀 수 있다면"
오승환 "선배님이 한국 최고의 투수"

"MVP 트로피를 우승 반지와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시상식이 열린 31일 아침, 손민한은 아버지(손용태.56)에게 "상(MVP) 못 받아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라"며 집을 나섰다. 올 시즌 저조한 팀 성적에 MVP가 확정된 순간에도 손민한은 팀 얘기를 먼저 꺼냈다.

"시즌 전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했는데 팀이 4위에도 들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우승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년에는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오승환은 마운드에서처럼 담담했다.

"신인으로서 가장 큰 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10년, 15년, 아니 그 이상 흐트러짐 없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서로를 칭찬해 보라는 주문에 손민한은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서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 없이 정말 듬직하고 공 끝이 좋다"고 했고, 오승환은 "선배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투수가 갖춰야 할 구질이나 경기운영에서 우리나라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강인식 기자<kang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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