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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찾기 미소의 심해전쟁|미 기술이 한발앞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사건의 수수께끼를 시원하게 풀어줄 블랙박스를 찾기위한 미·소양국의 해중전은 미국의 승리로 끝날것 같다. 치열한 양국간의 수색경쟁에서 소련은 KAL기가 격추된 해역이 자기마당이라는 「지의 이」를 1백% 살려 대대적인 물량작전을 폈지만 기술면에서 한발앞선 미국은 소련이 갖지못한 심해인양 장비등을 동원, 블랙박스 회수는 시간문제라고 장담하고있다.
5×9×15인치 크기에 11kg의 무게, 완전한 충격방지장치가 된 블랙박스가 가라앉은 해역은 깊이 8백m에 달하는 중압과 암흑의 세계. 이같은 악조건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한다는것은 드넓은 사막에 떨어진 연필한자루를 찾는것이나 다름없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심해탐사장비와 기술이 소련에 비해 훨씬 뛰어난 미국측에 승산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소련보다 늦게 사건현장에 도착한 미국은 첨단기술장비를 보유한 덕에 블랙박스에서 나오는 발신음을 먼저 잡을수 있었다.
소련의 물량작전은 우선 수색작업에 동원된 선박수부터 두드러진다.
21일의 예를 보면 새벽6시현재 KAL기가 격추된 해역에 동원된 소련수색선은 석유시추선 미하일 미르친스크호(1만6천t)를 비롯, 15척에 달한데비해 미국측은 순양함 스타레트호(7천9백t)등 2척뿐이였다.
현재 사할린도 근해에서 KAL기잔해를 탐색하고있는 미국의 심해 탐사선은 배수t수 1천9백t규모의 다이버급 콘서버호와 나라간세트호 2척이다.
미국방성 소식통에 따르면 이 두탐사선은 디프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인 잠수탐사장치의 모함으로 활동하고 있다. KAL기의 추락현장수심이 7백50m이상이기때문에 잠수부가 해저까지 내려갈수는 없다. 그래서 이 무인탐사장치가 해저를 훑고있는 것이다.
디프 드론은 커버가 없는 발전기처럼 생겼고 최고속력 3노트를 낼수있는 5마력짜리 추진엔진 3개가 달려있다. 무게는 1천2백15kg.
여기에는 흑백TV·비디오 카메라와 35mm 스틸카메라및 조명장치가 달려있어 모선에서 해저를 보면서 이장치를 원격조종할 수 있다. 여기에는 또 1천7m의 유효거리를 가진 음향장치가 갖추어져 KAL기의 블랙박스에서 나오는 음향신호를 포착할수있다.
이번 탐사작업에 동원되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않고 있지만 미해군에는 디프 드론 말고도 수심 1천8백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알빈, 4천5백m까지 내려가는 커브마린 및 1백80m까지 내려가는 알루미노트등 유인해저 탐사정이있다.
이중에서 특히 알빈은 해저를 관찰하는 로보트실험실로서 자체 추진력에다 카메라나 조명장치등 기본장비는 물론 해류 측정기, 생물 표본 수집을 위한 팔, 확대경, 수질 검사기등 자료분석에 필요한 장비까지 갖추고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해저탐사 기술이 최대로 발휘된 예는 66년3월15일 지중해의 스페인 해안부근해저에서 잃었던 수소폭탄을 2개월만에 발견한 때였다.
사상처음으로 핵폭탄을 잃은 미국은 해군의 탐사장비를 총동원해서 폭탄찾기수색을 벌였다. 이때 동원된 해저탐사정들이 알빈, 커브마린및 알루미노트였다. 2개월동안 계속된 어려운 탐사및 인양작업끝에 그해3월15일 2·5t 무게의 수소폭탄을 무사히 인양했다.
이밖에 미CIA는 74년 하와이근해에서 침몰한 소련의 원자력잠수함을 인양하려 한일이 있다.
이같은 미국의 뛰어난 장비와 실적으로 뒷받침되고있는 기술의 우월성에 비해 소련은 지금까지 이렇다할 실적이 나타난것도 없을뿐아니라 이번의 해중수색전에서도 미국에 맞설만한 장비나 기술수준에 도달하지 못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문에 수색현장에 대거 출동한 소련선단 블랙박스탐사자체보다도 미국이나 일본이 선수를쳐 블랙박스를 인양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기위한 목적이 있었던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만해도 해저 2천m까지 탐색할수 있는 심해20O0호를 보유하고있다.
해저탐사 기기로는 유인관측구나 ROV라 불리는 무인탐사기도 있다.
기뢰수색용 소나와 해저 지형을 볼수있는 사이드 루킹 소나를 쓰면 이물의 존재와 형태까지 알수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블랙박스의 신호나 소나로 장소확인후 잠수함이나 무인탐사기의 머니퓰레이터(기계손)를 쓰면 블랙박스 정도는 쉽게 인양할수 있다. 【워싱턴=장두성·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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