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불법건물과 과태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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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허가 위법건물을 지은 사립학교가 전국에서 7백여개나 되고 이들 불법건물의 연면적이 22만여평에 과태료만도 6백33억원이나 된다니 놀라운 이야기다.
5억원이상의 과태료를 물어야할 학교도 24개교나 되며 89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할 학교법인도 있다니 더더욱 놀라운 이야기다. 이들 사학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태료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16일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많은 독자들이 전화를 걸어온것도 바로 이 놀라움때문일것이다.
개중에는 『국가적으로, 또 지역사회에서 모범을 보여야할 학교가 앞장서서 무허가건물을 짓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수 있느냐』고 개탄하는 독자도 있었다. 옳은 이야기다.
사학의 수익성이 높던 시절에 양적인 팽창만을 노린 나머지 단속의 눈을 피해 불법건축물을 마구 지어대던 사례도 우리는 기억하고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신경을 쏜 사학이 아닌게 아니라 있었다.
따라서 그때 뿌린 씨앗이 6백여억원의 과태료라는 열매를 맺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독자들은 『영세한 사학이 과태료를 물지 못할 경우 학교재산을 압류당하고 문을 닫아야 하느냐』고 묻고있었다. 그중에는 자기자녀가 문제의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잘못에 대한 제재자체를 부정하는것이 아니라 제재의 방법이 학교를 죽이는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학교운영비의 80∼90%를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있는 형편에 수억원씩의 과태료를 모두 물어야할때 문을 닫는 경우도 나올수밖에 없는것이 요즘의 사학실정이다. 설사 문은 닫지않는다 해도 학교측의 과중한 부담은 교육시설비듬 교육의 부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할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학부모에게 돌아올수 밖에 없다.
사학은 우리나라 교육의 절반이상 (중·고등학생의 45%, 대학생의 73%)을 떠맡고있다.
이들 사학은 해방과 6·25직후 정치적인 불안정속에 공학이 감당하지 못해 급증하는 교육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처 정식절차를 밟지못한채 교육시설을 늘려야했던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것을 당국은 이해해야할것같다. 불법건축물을 지은 학교가 지역적으로 피난지였던 부산에 가장 많다는것은 그같은 사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지적처럼 잘못에 대한 제재 자체를 『하지말라』고 할수는 없으나 그 방법을 놓고는 생각을 달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각살우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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