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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0~30% 줄고 보고서·설명회로 일 많아져 … 애널들 3년 새 361명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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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우는 예전 같지 않고, 일은 많고….”

 얼마 전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회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 때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시들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증권사는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애널리스트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애널리스트는 1189명으로 전년(1321명)보다 10% 가량 줄었다. 국내 애널리스트가 120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7년(1082명) 이후 8년여 만이다.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후 꾸준히 늘어나며 2011년에는 1550명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매년 감소세를 보인 끝에 1100명대로 주저앉았다. 1년 새 5대 증권사(대우·삼성·NH투자·현대·한국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수는 400명에서 331명으로 17%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2011년 한때 애널리스트가 104명에 달했으나 현재 절반 수준(69명)으로 떨어졌다. 매각을 앞두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한 현대증권은 1년 새 애널리스트가 68명에서 44명으로 35%나 급감했다. 주요 증권사에서 특정 업종 애널리스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애널리스트가 증권사 내 영업 등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아예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떠나 다른 회사에 옮기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급감하고 있는 이유는 리서치 부문이 돈을 직접 버는 부서가 아닌데다 억대 연봉자가 많아 회사가 어려울 때 구조조정과 연봉삭감 1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이유로 최근 3년간 연봉은 20~30% 가량 줄어들었다. 인력은 줄었지만 업무강도는 더욱 세졌다. 보고서를 내는 건 기본이고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 각종 업무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애널리스트에겐 시련의 계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보 제공에 치중한 나머지 분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애널리스트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렇게 인력을 마구잡이로 줄이면 장기적으로 금융투자시장의 연구개발(R&D)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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