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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20주기념 작품전 갖는 이방자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네. 11월이면 일본에서 귀국한지 꼭 20년이 됩니다. 세월이 너무 빨리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전을 준비하면서도 아, 벌써 20년인가하고 나자신 믿을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오는 16∼19일 조선화랑에서 귀국 20년 기념작품전을 갓는 가혜 이방자여사 (82). 짧게 커트한 머리에 간편한 수트의 양장차림. 동안의 모습에는 팔순을 넘긴 나이를 읽을 수 없게 아직 고운 티가 남아있다.
출품작은 서화와 도자기를 합해 모두 50여점. 그림은 월전과 이당을 스승으로 10여년전부터 익힌 솜씨이고, 유명한 글씨 역시 철농으로부터 사사 받은 것이다. 요즈음도 한달에 세번쯤 철농을 찾아 솜씨를 연마하고 있다.
여사는 그동안 여러차례 전시회에 서화작품을 냈지만 도자기를 출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올여름의 그 무더위 속에서 양주에 있는 신상호씨의 도자기요를 찾아 초벌구이에 손수 그림을 그리고 채색 한 것인데 모두가 깔끔한 백자들이다.
『지금 광명시에 증축중인 명혜중학교 건축기금에 보태려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읍니다.내년3월 교사가 완성되면 강당·도서관을 지어야지요.』
일본황실 「나시모또」 궁의 왕녀로 태어나 19새때 조선조 제28대 왕세자 이근공과 결혼한지 60여년 세월. 영친왕이 서거한지도 이미 13년이 지났지만 여사는 여전히『마마』(영친왕) 의 유지를 받들어 정박아· 지체부자유아를 돌보느라 편할 날이 없다.
66년 심신장애자를 위해 설립한 자행회산하의 수원 자혜학교, 67년 신체장애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명휘원 산하 직업훈련원과 명혜학교 일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언젠가는 장애자 노인을 위한 양로원도 세울 생각이라고 한다.
상오 6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시작되는 일과는 학교일, 한달 평균3백여명의 주로 일본인인 손님 만나기 등으로 꽉 짜여져 있다. 수·금·일요일에는 63년 귀국이래 계속해온 칠보강습도 한다. 오는 10월에는 뒤셀도르프에서 조선궁중의상 발표회를 갖기 위해 서독으로 간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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