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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성희롱한 대한항공 사무장 '해고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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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중앙포토DB

 부하 직원들에게 수년간 성희롱을 하고 상품권이나 돈을 요구해 파면된 대한항공 사무장이 법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무장의 성희롱과 부하 승무원들에 대한 ‘갑질’이 해고사유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부장 진창수)는 지난해 7월 파면된 대한항공 전 사무장 탁모(54)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탁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사무장이던 탁씨는 수차례 부하 직원들을 성희롱 해왔다. 한 여승무원의 카카오톡 사진을 보고 “(니 사진은)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 든다. 선
데이서울 모델같다”고 말하거나, 전화를 걸어 “아까 젖은 머리로 나온 걸 보고 방에 돌아와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또 후배 승무원에게 “피부가 찰지다”며 ‘찰진’ 이란 별명으로 부르고 “속살이 까매 신랑이 좋아하겠어” “저런 사람이 남자 맛을 보면 장난 아니다”는 등 노골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성희롱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선물과 돈을 요구한 것도 문제가 됐다. 탁씨는 비행 전 승무원들을 모아놓고 “물질과 마음은 하나다”라며 압박을 주거나 “전 팀원들은 유럽에 갈 때 통닭도 사왔다. 팀 생활하면서 몇 십 만원 투자해 진급하면 연봉이 몇 백이 오르는데 어느 게 더 이득일지 생각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결혼을 앞둔 승무원과 승진한 승무원들은 상품권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사무장이 해야하는 '스페셜밀' 서비스를 부팀장에게 전가하거나 관리자 보고서 과제물을 부하 직원에게 대신 작성하도록 하기도 했다.

뒤늦게 탁씨의 잘못을 파악한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탁씨를 파면했다. 그러자 탁씨는 “파면 절차가 잘못됐고 거짓된 제보를 근거로 내려진 처분이라 위법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회사의 회사의 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탁씨가 직원들에게 한 성희롱이 단순한 농담이나 친근감의 표시를 넘어서 상대방에게 굴욕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선물을 요구하거나 직원들에게 업무를 전가한 것 등도 파면사유로 인정된다”며 “해고는 타당성을 잃은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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