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blog] 군 입대가 선수생명 끝이라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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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예비역 병장 박성민(30). 2005~2006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양 한라의 수비수입니다.

프로야구나 축구.농구계에도 예비역 병장이 다수 있지만 대부분은 국군체육부대인 상무에서 운동을 했던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박성민 선수의 근무지는 28사단이었습니다. 사단 사령부 군수지원 배차계 출신이랍니다. 졸병 시절에는 운전병을 했다고 하네요. 군대에 갔다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송 주특기는 흔히 말하는 '꽃 보직'이 아닙니다. 박성민 선수는 군 복무 기간 완전히 스포츠를 떠나 있었습니다. '병장이면 다 같은 병장인 줄 알아?' 갑자기 이 말이 생각나는군요.

보성고-고려대 출신인 박 선수는 국가대표를 수년간 지낸 얼음판의 스타입니다. 1998년 한라에 입단한 그는 28세 때인 2002년 5월 현역으로 입대해 지난해 6월 병장으로 제대했습니다. 딸 주영이가 지금 다섯 살이니까 입대할 때는 두 살이었겠네요.

운동선수가 현역으로 입대를 하면 거의 선수생명이 끊깁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 자연히 체력도 떨어지고 경기감각을 잃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박 선수는 지금 한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수비수입니다. 제대하자마자 팀에 복귀해 아시아리그에 출전했을 때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일도 종종 있었지요. 하지만 박 선수는 올해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 끝에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았습니다.

박성민 선수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 복무 중에도 틈틈이 체력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또 휴가를 받으면 소속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링크로 달려가 스케이트를 탔다고 하네요. 그의 소망은 '상무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선발해 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상무에서 아이스하키도 국가대표 7~8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러나 99년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뽑지 않고 있습니다. 예산도 없고, 자리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국가대표든 아니든 선수들은 모두 스틱을 놓고 현역으로 입대했지요. 다른 비인기 종목도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요즘 군대는 신세대 장병을 위해 부대 내 시설을 바꾸고, 제대 후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상무도 좀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시설과 인원을 좀 늘리면 어떨까요. 예산이 문제라면 대한체육회나 가맹 단체의 지원을 받아도 될 것이고요. 체력 만점인 그들이 유사시 총을 들고 나선다면 일당백 아닐까요.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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