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계 정풍…대중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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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골동의 대중화를 이루고 「가짜골동공포증」을 해소시키려는 새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고미술상중앙회(회장 한기상)의 고미술 저가품전시회(6 ∼14일·서울장안평 고미술상가)-.
고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전시장은 골동품의 대중적 정유를 새롭게 일깨워주면서 골동거래의 불신, 골동의 특수층 소유 관념을 씻어준다. 우선 5천원짜리로부터 시작되는 골동품들의 값이 선입관적인 골동품에 대한 고가인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총7백여점이 출품된 전시품목은 서화·도자기·목기·민속품·기타 고미술품-.
전시골동중에는 조상들의 생활에 번득인 지혜와 슬기가 담긴 회전식 촛대겸용등잔걸이·채단(떡바구리)·대나무물레등이 어엿한「고미술품」으로 진열돼 있다.
흔히 골동품이라면 도자기·그림등을 연상하는 골동관(?)을 다시한번 반성케하는 민속품들이다.
전시품들의 값은 최고 비싼 것이 30만원-.
정찰 표시된 가격들은 질과 크기에 따라 같은 종류라도 아주 다양하다. 1백20여년전의 ▲조선조후기 『백자주병』(높이 28㎝, 밑지름 10㎝)이 8만원 ▲신라토기(높이 28㎝, 밑지름 12㎝)=5만원 ▲민화 당채화조(전지 2분의 1)=10만원 ▲강원도반다지(가로 1m20㎝, 세로 1백㎝, 폭 5㎝)=8만원 ▲연지(2백년전)=4만 5천원 ▲떡살=1만원 ▲진도대나무물레=5만원 ▲등잔대=2만원 ▲용목2층책장=30만원 등.
흔히 골동품이란 수백만, 수천만원의 고가품으로 재벌이나 일부 특수층만이 향유, 특권을 갖는 것처럼 잘못 인식 돼 있는게 우리의 골동현실이다. 또 골동은 「가짜투성이」이고 상도의, 가격질서가 전혀 확립돼 있지 않은 암거래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같은 잘못된 일반의 골동인식을 바로잡고 자랑스런 조상들의 문화유산이 일부 소장가들의 것만이 아니라 누구나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게 「고미술 저가품전시회」의 목적이다.
그래서 이 전시회는 적은 돈으로 손쉽게 신용있는 골동품을 구입할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골동상인들의 새로운 의지가 담긴 캠페인이기도 하다.
한국고미술상중앙회는 지난6월부터 골동가 쇄신운동의 하나로 전국순회계획 고미술 저가품전시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번 장안평전시회는 단오절기념 서울신세계백화점(6월15∼21일), 대구백화점(8월23∼31일)에 이은 두번째 서울전.
오는 10월부터는 서울 인사동에 정찰제 상설 골동판매장(1백평규모)을 개설, 내·외국인들에게 신용판매를 계속할 계획이다. 고미술중앙회는 이밖에도 부산·광주·대전등의 대도시 지역별 순회전도계속 추진할 예정-.
고미술상 회원들은 특히 이같은 공개정찰전시판매를 통해 「가짜」의혹을 씻어버릴 골동의 진품품질보장을 확립하겠다고 나섰다.
또 골동애호정신 함양과 함께 거래질서·가격제도·품질보증문제와 같은 골동계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기어코 바로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골동의 대중화를 민족문화에의 자긍과 국민문화재 애호의식으로 승화시키려는 것이 고미술상 중앙회의 원대한 목표-.
영국은 물론, 일본의 경우만 해도 시골에 까지 국민학교·중학교학생들까지 나오는 주기적인 골동시장이 서고 할아버지 두루마기 단추를 가지고 나와 서로 교환하거나 사고 파는 고사리손들의 골동애호가 보편화돼 있다고 한다. 또 학생그룹들끼리의 교환전·판매전등이 열리기도 하는 등 골동소장 및 감상이 생활화 돼 있다.
물론 고미술중앙회의 전시회 성격은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한계성을 갖긴 했지만 이같은 「문화선진」을 이루어 보겠다는 장사와 사명의식을 함께 가진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고미술저가품전시회는 회원상인들이 골동품을 출품, 중앙회가 감정하고 정리한 후 적정가격을 매겨 전시 판매한다. 8.15해방 후 처음인 모처럼의 골동계자체 정풍운동이 그동안 쌓여온 일반의 골동격리감과 불신을 씻고, 새로운 풍토를 조성하게 될지 주목해 볼 만하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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