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최후통첩 … 김택진 부인 겨냥 “임금 내역 공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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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주 NXC 대표(左), 김택진 엔씨 대표(右)

한때 동지였던 게임업체 1·2위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전면전에 나섰다. 감정을 누른 채 물밑 협상을 하다 공개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으로 확전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를 6일 공개했다. 주요 제안사항에 대해선 10일까지 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 최후통첩성 제안인 셈이다. 넥슨 측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넥슨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할 것 ▶부동산 투자를 그만하고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할 것 ▶자사주(8.9%)를 소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최대 주주(지분 15.08%)로서 엔씨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던 선언을 실행한 것이다.

 넥슨은 제안서에서 “온라인게임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엔씨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엔씨) 주가가 약세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에둘렀을 뿐 엔씨가 경영을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넥슨은 “특수관계인인 비등기임원 중 연봉 5억원 이상인 임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40) 엔씨 사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넥슨 측의 불만은 당장의 경영만이 아니라 폐쇄적인 기업 지배구조에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넥슨이 엔씨에 대한 경영 참여 공시를 하게 된 촉매제도 윤 사장의 사장 승진이었다.

 엔씨소프트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서화된 공식 입장에선 날을 숨겼다. “법과 원칙, 고객과 모든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경영철학에 따라 넥슨 측 의견의 적정성을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엔씨 관계자는 넥슨의 제안에 대해 “외국계 투기 자본이 국내 기업에 요구했던 내용과 똑같다”며 “주주 가치를 내세워 단기 차익만 얻겠다는 감정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제안서를 공개한 점도 불쾌해했다. 그는 “협상 진행 과정 중 일방적으로 경영 의견을 제시하고 언론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불편해했다. 엔씨 관계자는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이사만 임금을 공개하도록 한 현행법을 넘어서는 요구”라는 입장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넥슨 측 제안서에 대해 “엔씨 전체의 이익과 1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엔씨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관심은 벌써 넥슨이 정한 답변 기한인 10일로 옮겨 가고 있다. 이제, 김정주·김택진 두 창업자의 결단만이 남았다.

김영훈·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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