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착기 추적은 다른소기가 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영국의 이코너미스트 최근호는 KAL기 격추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문답식으로 풀이하면서 소련이 KAL기와 RC-135기를 혼돈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소련측의 주장을 일축했다.다음은 이코너미스트의 기사전문.
【런던=이 제 훈 특파원】
KAL007기는 칸차카상공, 그리고 거의 확실하게 사할린상공의 소련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 왜 그랬을까?
-두가지 이론을 생각할수있다. 첫째는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항로를 단축시키기위해 지름길을 택했다가 조그만 실수로 결국 참변의 장소로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항로(ROMEO 20)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은 시간과 기름을 절약하기위해 종종 일본 홋까이도 남부상공을 지나는 거리가 먼 정상항로 대신 캄차카부근을 지나 라페로세만을 통하는길을 택한다.
둘째 이론은 조종사가 항행프로그램을 입력시킬때 자기도 모르게 두개숫자를 뒤바꿔놨을것이라는 풀이다.
즉 조종사가 그가 마지막에 보고했던 지점(실제로는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인 북위41도 동경147도 대신 격추된 위치근처인 북위47도, 동정141도를 입력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단 장치(INS)속에 프로그램이 잘못 들어가고난 다음에는 조종사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위험을 향해 진행하게된다. 그러나 전후상황은 전자의 이론으로 기울어진다.
조종사는 거의 마지막 무선연락에서 실제는 4백마일이상 빗나가 있으면서도 정상코스로 가고있다고 보고했다. 위치를 보고할때는 통상 조종사는 그가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잘못했든지간에 실제 거리에 와있는가를 나타내주는 내비게이션시스팀의 현황판을 읽게 마련이다.따라서 만약조종사가 틀린 위치를 보고했다면 그는 코너 커팅(corner-cutting)을 하기위해 고의적으로 그랬을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미국쪽은 사할린쪽의 통신내용을 시종 모니터하고 있었다. 왜 미국측은 KAL기에 대해 위험경고를 주지 않았는가?
-소련측의 대화내용은 녹음만 되었을 뿐이고 그당시에는 통역자가 옆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KAL기가 격추되고난 다음에야 녹음내용을 풀어서 대화내용을 청취할수있었다.
-그럼 왜 지상의 레이다 오퍼레이터는 길을 잘못가고 있다고 알려주지 못했을까?
-KAL기가 정상항로를 가고 있었다고해도 나리따 공항에있는 관제소 또는 미사와에 있는 미군기지레이다에는 잡히지 않았을것이다.
그위치는 비행기쪽으로부터 위치보고를 받은 다음에야 나리따관제소에의 추적이 가능했다.
KAL기는 심문신호가 있을때마다 자기정체를 나타내주는 장치인 IFF에 의해 레이다가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서도 추적은 될 수있다. 그러나 이번의 KAL기는 이 자동무선레이다가 작동하지 못한것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만약 조종사가 실제위치를 숨기고 싶었다면 이장치의 스위치를 꺼놓았을 가능성도있다. 왓까나이에 있는 일본의 군용레이다는 007기와 그것을 에스코트하는 전투기들을 잡아내기는 했다. 그러나 캄차카로부터 사할린으로 비행하는 전투기편대로 생각할만 했다.
-한대의 미국정찰기가 사건 현장근처에 있었다는데 소련은 정말 KAL기를 미국정찰기로 혼동한 것일까?
-한때는 RC135기가 KAL기로부터 75마일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이때가 아마 KAL기가 처음 인터셉트당하기 직전 캄차카동해안상공을 날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소련의 방공부대를 긴장시킨것은 이 RC135기였을 것이며 사실상 소련측은 이비행기를 추적하기위해 따로 한대의 전투기를 발진시켰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007기(보잉747)와 RC135기는너무 판이하다. 따라서 혼동했다는 이야기는 난센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