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도 여전히 뻔뻔》KAL사건으로 심통…유럽안보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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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드리도 유럽안보회의에 소련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유리·안도로포프」소련공산당서기장의아들 「이고르·안도로포프」는 기자들이 KAL기사건에 대한 논평을 요구하자『노 코멘트』(대답하지않겠다) 라고 한마디 했을뿐 전혀 입을 열지않았다. 소련측의 다른 대표 역시 같은 요구에 『타스통신을 읽어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편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서방측외상들의 대소비난연설을 듣고있던 소련외상「그로미코」는 30분간에 걸친 연설중 10을 KAL기사건에 할애, 이번 사건은 미국에 전적인 책임이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미코」는 추호도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은채 매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소련관영 타스통신은 지난6일 소련전투기가 KAL기를 격추했음을 시인하고 민간인 피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으나 그책임은 미국에 돌렸는데 「그로미코」의 이날 연설은 이보다 더 강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및 서방측 요구에 한발짝 더 후퇴한 감을 주었다.
「그로미코」외상은 이에앞서 7일 영국 BBC방송과 가진 회견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KAL기 사건의 사실을 알고난 이상 멀지않아 망각하게 될것』이라고 논평하기도했다.
○…회의장밖에서는 개막첫날인 7일 아침 일찍부터 한국교민 1백여명이 『살인마 소련』이라는 등의 피킷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태극기를 흔들며 소련규탄구호를 외친 이들 한국인들은 이날 35개국 외상들이 회담장으로 들어갈때 시위를 시작했다.
6일하오9시(현지시간)집무시간이 지난후 마드리드경찰로부터 집회시위허가를 받아낸 이곳 교민회는 7일상오인시30분 회의장 정문으로 몰려가 『「그로미코」는 사탄이다』 『소련은 전인류앞에 사죄하라』 고 외쳤으며 애국가를 소리높여 부르기도 했다.
○…마드리드 국제회의장은 35개회원국중 이번회의에 참석한 28개국대표단과 보도진·무강경찰등으로 붐비고있다. 스페인당국은 5백명의 경찰3개중대와 2백여명의 사복경찰을 동원, 경비·경호에 나섰으며 이밖에 폭발물 제거반과 페쇄회로TV시설등도 갖추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있다.
보도진 5백여명도 공항출국대에서처럼 엄격한 X레이 투시감치로 검색을 받고서만 회의장에 들어갈 수있다.
○…32개월의 교착상태끝에 마드리드합의초안이 마련된 유럽안보협력회의는 KAL기 격추사건으로 매우 침통하고 심각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KAL기 격추사건으로 빚어진 위기감이 소련을 궁지로 몰아넣었으나 반대로 다른 서방국들에는 결속의 계기를 마련해준셈이되어 서방국 대표들은 이번 회의가 무산되는 사태를 방지하면서 「마드리도 합의」를 얻기위한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번회의는 8일 헝가리외상등 15개국 대표의 발언과 9일 「슐츠」미국무장관등 5개국대표의 발언을 모두 들은뒤 「마드리드 합의성명」 을 내기로 되어있다. 【마드리드=주 원 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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