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내년 총선 의식 말고 밀어붙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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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부기초안이 5일 공개됐다. 지난해 10월 28일 새누리당이 개혁안을 발의한 지 석 달여 만이다. 인사혁신처가 5일 국민대타협기구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기초안은 ▶현재보다 더 부담하고 덜 받으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늦추고 가입 기간은 늘리며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가하는 등 기본 골격은 새누리당안과 차이가 없다. 다만 연금액 인상률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동결하고 내용을 촘촘하게 다듬었다. 퇴직 후 취업자의 연금 일시 정지에선 새누리당안은 공공기관이나 선거직 취임 시에만 적용하지만 정부기초안은 민간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등 강화했다.

 새누리당에 이어 정부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놨으니 이제 남은 것은 야당인 새정치국민연합의 개혁안이다. 공무원연금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 사안이다.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법안 논의에 들어가려면 여당안·정부기초안과 더불어 야당안이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 따라서 야당은 밀도 있는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통일된 개혁안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행여나 내년 총선을 의식해 국회가 개혁 입법을 미루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선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100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기득권을 지켜준다는 인상을 줘서 표를 얻으려고 한다면 정치적 직무 유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을 ‘표’로 보기 시작하면 개혁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 입법에도 타이밍이 있게 마련이다. 시기를 놓치면 동력을 잃고 개혁이 좌절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야는 다른 안건에 밀리지 않도록 공무원연금 개혁을 줄기차게 밀어붙여야 한다. 올해 4월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고, 5월 2일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지난해 12월의 합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개혁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한을 지키려면 지금부터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특히 여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연금개혁특위의 주호영 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고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도 개혁입법에 적극적인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유 대표는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이미 93년부터 적자가 발생해 매년 세금으로 메워 왔다. 이대로 두면 적자 규모가 2030년 18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개혁을 미루면 이 엄청난 부담을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넘기게 된다.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개혁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수술이다. 미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