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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서 충돌한 신기남 박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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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左) 박지원. [사진 중앙포토]

5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기 위한 길 위원회)'가 주최한 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전까지의 토론회에선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가 주로 충돌했지만, 이날은 당 선관위원장인 신기남 의원과 박 후보가 으르렁댔다.
신 의원이 인사말에서 "다른건 다 좋은데 '룰을 변경했다'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것은 후보간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정통성, 당의 정당성,그리고 신뢰, 명예에 관계되는 문제"라고 말하면서다.

신 의원이 언급한 건 최근 문·박 양후보간 갈등 요인이 된 ‘여론조사 룰’ 이야기다. 지난 2일 당 선관위는 문 후보측 주장을 받아들여 당 대표 경선에 25%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일반당원+국민) 항목에서 ‘지지후보 없음’ 응답을 집계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박 후보는 "100m달리기에서 98m를 왔는데 친 문재인 의원들이 갑자기 룰을 바꿨다"며 반발해왔다.

신 의원의 발언 뒤 객석에선 "그만하자. 토론회 보러 왔다"는 고성이 흘러나왔고,신 의원 역시 "누구요. 지금 선관위원장이 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긴장감이 돌았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박 후보는 "왜 우리 선관위원장이 나오셔서 갑(甲)질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제가 을(乙)이 되보니 진짜 여러분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꼬집었다.

박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선관위원장이 왜 여기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나. 선거 하루 전에 규정 바꾸는 정당은 우리 새정치민주연합 뿐이다. 불리하다고 원칙을 버려선 안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후 일정 상의 이유로 문 후보의 마무리 발언 직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문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국민여러분, 당원여러분, 죄송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의 경선전과 관련,“‘비전 제시는 부족했고, 네거티브만 난무했다’는 비판 여론에 뼈아프다. 면목없다”며 “남은 기간만이라도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호소를 간곡히 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를 마지막으로 다음 당 대표부터는 다시는 이런 소모적이고 각박한 당내 선거를 치르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이인영·박지원(기호순) 후보외에 은수미 의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인태연 '전국 을비대위' 상임대표·김하늬 희망연대 노조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다음은 세 후보가 토론회에서 밝힌 세제정책 관련 입장과 마무리 발언 요지

◇세제정책
박지원=”‘13월의 세금폭탄’에 저도 찬성했다. 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반성하고 반드시 시정해서 여러분의 손해가 더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법인세ㆍ종부세를 환원시켜 10조 예산을 마련하고 이를 복지예산으로 사용하겠다. 제 잘못을 반성한다.”

이인영=“원칙적으로 세액공제이 옳은지 소득공제가 옳은지의 논란은 남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소득격차를 더 완화시키는 제도인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조세정의를 반듯하게 세운 뒤여야 서민들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이야기할 수 있다.”

문재인=“저는 지난 대선때 복지 확대와 함께 재원 대책으로 부자감세 철회와 고소득자ㆍ자본소득자에 대한 과세방안을 공약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부자감세 철회 거부하고 증세 없이 135조 재원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나고보니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 재원대책 마련에 실패했고 그 실패를 서민들에게 전가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발언
박지원=“제가 을이 되고 보니깐 참으로 여러분이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된다. 오늘만은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선관위원장이 왜 여기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나. 엄연히 지난해 12월 29일에 통과한 세칙이 있는데 없다고 하고 이걸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 하루 전에 규정을 바꿔 버리는 정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뿐이다. 불리하다고 원칙을 버려선 안된다. 있는 걸 없다고 거짓말해서도 안된다. 국민들이 믿겠나.”

이인영=“최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다시 뽑히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다’,‘법인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증세를 하면서 복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를 한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를 폐기 않는 한,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말씀드린다. 재벌감세 부자감세 철회해서 조세정의를 분명하게 세우고 국가재정의 배분전략을 변경해서 복지재원을 우선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지금 우리당 지지율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제 지지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제가 당대표가 되어서 우리당을 바꾸겠다. 우리끼리 싸우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위해 양극화와 싸워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 낡은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여의도에만 머무는 대표가 아니라 국민 속에 함께 하는 대표가 되겠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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